워킹데드 해방일지 (The Good Enough Job)
나는 내 인생을 오로지 일로만 평가하려고 했다. 그것도 본질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버티냐, 사장으로 은퇴를 하느냐 >와 같은 남에게 어떻게 보여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의도적으로 나의 이 바보같은 생각의 프레임을 전환해야 내가 바뀔 것 같았다.
“내가 살아온 인생은 주인인 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평가하자.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이 아니라도 나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보자. ” 이런 생각을 끝없이 해오면서 스스로 다독였다.
이런 개인적 고민을 안고 있는 나에게 큰 깨달음을 만들어 준 책을 오늘 소개하려고 한다.
제목은 워킹데드 해방일지(원제 The Good Enough Job)라는 책이다. 저자는 시몬 스톨조프라는 미국 저널리스트로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기업 IDEO 디자인을 리드하는 역할을 한 적도 있고, 퇴사 후 저널리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본인을 스스로 ‘회복 중인 워키스트’라 부르고 있다.
저자는 먼저 종교처럼 신성시되고 지나치게 의미 부여되고 있는 ‘일’에 대한 지적으로 시작된다. 특히 자본주의와 프로테스탄트 노동 윤리가 만나 강화된 미국 내의 직업 윤리에 비판적 시각을 계속 견지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9명의 인터뷰와 과거 회상을 근거로 만들어졌다. 라이프스타일과 ‘일’에 맹목적이게 된 이유는 다르지만 ‘일’에 의해 끌려 다니던 본인의 삶을 멈추고 본인의 삶과 일의 관계 등을 다시 정립해서 과거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게 된 사람들 이야기이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부터 4장까지는 직업이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착각과 신성한 노동이라는 허위의식을 통해 직업이 종교화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5장부터는 구체적이고 직장 생활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본 주제들은 대한 저자의 설득적인 주장들이 펼쳐진다.
먼저 집 같은 회사, 가족 같은 동료라는 것이 얼마나 허상이고 폐해가 있는가를 보여준다.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 <일의 게임에서 얻어야 할 보상>는 야근을 독려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도파민 중독과 같은 승진에 대해 개인적 욕망이 더해져 우리 스스로를 얼마나 망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은 <편리함에는 대가가 따른다-사내 복지가 무조건 좋다는 착각에 관하여>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는데 구글의 사내 복지를 사례로 화려한 사내 복지 시설과 서비스의 덫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과 이 책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 매칭되었던 것은
‘일’이 개인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에서 벗어나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외부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통 성명을 하고 두 번째 묻는 질문이 “무슨 일을 하세요?”이다. 이 질문은 상대방의 많은 것을 탐색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좋은 직업을 구하려고 하고 나은 직장을 선택한다. 이 1차 목적을 이룬 후에도 승진을 위해 가족의 헌신과 나의 다른 모든 것들을 희생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다양화하는 것은 실직이나 은퇴, 혹은 승진 누락에 충격을 줄여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 책에서 증명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으로, 공동체에서 재능을 기부하는 멤버로, 아마추어이지만 스포츠 선수로 다면적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시간과 나의 열정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 저자가 스마트하다고 생각한 점은 우리가 '일'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일과의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구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짚어주고 있다. '일'과 개인적인 삶의 밸런스를 맞추면서 사는 삶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사회적 응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와 더불어 기업은 노동 시간을 유연하게 하고 물리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통해 직원들의 번아웃과 질병 등을 예방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그러나 ‘일’과 어느 정도 분리된 우리의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가장 중요한 주체라는 점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즉, 행동이 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우리를 훈육해왔던 통념을 의도적으로 떨쳐 버려야 한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승진한다는 것이 내 인생의 격이 한 단계 올라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반대로 내가 승진에서 누락되었다 하더라도 내 인생이 후져진 것이 아니다.
나의 일이, 직업이 재미있고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으면 행운이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일에 대한 열정 때문에 정당한 보수와 시간, 그리고 복지 혜택을 희생해야 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설득적이고 과격하지 않은 그러나 급진적인 제안들이 담긴 책이다.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만 아침 일찍 출근해서 조용한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을 하루 루틴으로 삼았던 나는 그 고요함과 혼자만의 시간에서 효율을 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시간에 명상을 하거나 테니스라도 했다면 내 삶이 더 균형 잡혔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