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9일 오늘 자 신문에 실린 세포라 철수 소식입니다. 과거 고객이었던 저에게는 문자로 철수 소식을 알렸습니다. 예상은 했던 소식이었지만 시점은 예상보다 LVMH 그룹에서 좀 더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한 것 같습니다.
과거 2006년 하이퍼 마켓의 전성기 시절, 세계적인 브랜드인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에서 철수한 지 18년 만에 동일한 공룡급 글로벌 유통 채널 브랜드가 철수하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과거처럼 세포라의 실패 원인은 여러 곳에서 분석할 것이고 공통적으로 한국 화장품 시장과 경쟁 브랜드의 시장 장악력과을 잘못 예측한데 폐인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화장품 업계나 국내 유통 채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올리브 영은 세계적인 명품 그룹의 브랜드를 한국에서 철수시킨 것에 대해 스스로 자랑스러운 박수를 쳤을까요?
과거 화장품 회사에서 브랜드를 운영해 본 경험을 가진 한 사람으로 좀 걱정됩니다.
시장에서 특정 브랜드들이 독과점 형태로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이 발생합니다. 세포라가 떠나게 되니 이제 독과점이 아니라 독점 체제가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막강한 장악력을 보이고 있는 1등 브랜드인 올리브 영의 협상력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측됩니다. 설사 그동안의 세포라의 매출이나 매장 수를 고려해 봤을 때, 그 존재감이 미약했으나 제품을 공급하는 브랜드 입장에서 심리적 위축이 더 해질 것입니다.
과거 글로벌로 진출하고 싶은 한국 브랜드들이 세포라에 입점 후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매장으로 확장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이후에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신생 브랜드들의 경우 접근성이 떨어질 것은 자명합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도 좀 더 다양한 제품들을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이고 소비자에 구애하는 브랜드가 많을수록 서비스나 제품의 질이 향상된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한국 시장과 소비자에 대해 오랫동안 투자하고 노력해서 지금의 경쟁력을 만들어 낸 마켓 리더인 올리브 영도 자신과의 싸움만으로는 시장을, 즉 파이를 더 키우는데 역부족일 것입니다.
떠나는 세포라의 철수 공고에 <무거운> 마음이라는 카피가 눈에 들어옵니다.
잘 가! 우리에 대해 공부 더 열심히 하고 다시 오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