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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S Aug 10. 2023

2. 소비자이자 판매채널이었던 그녀들

K-beauty와 그녀들 


전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는 551조 

최근 팬데믹, 경제 불황 등의 악재가 지속 되었지만 4-5년간 전년 대비 5%대의 성장율 꾸준히 유지

나라별 화장품 규모가 가장 큰 시장은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가 상위 10안에 있는 나라들

한국은 8-9위 정도. 우리나라 시장 사이즈와 유사한 나라는 인도(인도의 인구를 생각해보세요)

시장 규모가 큰 것도 의미가 있지만 2000년도 초부터 비비크림을 시작으로, 쿠션과 마스크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으로 전세계 뷰티 시장을 리드


이런 정보를 접하게 되면, 많은 분들이 이렇게 화장품을 많이 소비하고 리드하게 된 배경과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우리의 화장품 시장 규모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하루에 사용하는 아이템 수가 많다. 

유럽이나 미국 소비자의 두 배 이상 사용한다는 소비자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사용 루틴을 볼까요!


클렌저로 잘 세안한 후 스킨, 에센스, 아이크림, 로션, 크림, 자외선 차단제, 1일 1 마스크 정도는 해줘야 합니다. 더 관여도가 높은 여성들은 부스터, 미스트 등등을 추가하게 됩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본사 높은 분에게 프레젠테이션할 때, , 이런 정보를 포함하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매우 놀라지만 결국에는 좋아합니다. 이런 우리의 루틴이 곧 그들의 세일즈 성과로 이어지니까… 로션과 크림은 제형 타입과 다를 뿐 성능과 기능이  똑같아 둘 중 하나의 선택해서 사용하면 되지만, 공식적인 교육과 홍보에 힘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한류와 국내 화장품의 성장이 같이 이뤄졌다는 의견도 많다.

한국 드라마가 다른 아시아 국가나 일본에 많이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높아지고 이들이 한국에 관광 오게 되면 누구나 다양한 화장품을 접할 수 있는 올리브 영과 같은 채널이 접근을 용이하게 해준 것 입니다. 


세 번째는 이방인의 시각입니다. 영국의 BBC는 2012년에 한국의 화장품 시장의 성장 트랜드에 대한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했습니다. 그들은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에서 학벌, 재산 등 외에 수려한 외모도 경쟁력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쟁력을 위해 외모 또한 지속적으로 가꿔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한국인들의 지배적인 생각이라는 것이 그들의 분석의 요지였습니다. 


10년 전 이 기사를 읽고 소름! 우리의 민낯을 들켜버린 것 같아서 뜨끔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의견에는 반대할 수 없죠. 유니레버의 도브가 오래동안 진행해 온 캠페인은 우리나라에서는 실패했습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이너 뷰티 보이는 것이 다였다. 특히 친한 외국애들은 한국 남자들이 스킨케어를 사용하는 것,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에 대해 신기하게 생각합니다. 그들이 유럽남자들과 한국 남자들의 차이점을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생기고 자기를 가꾸는 패션리더 같은 사람들이 주로 화장품을 여러 개 사용하고 일반 남성들은 잘 안 발라, 근데 너네는 모두 많이 다양한 것을 싸서 쓰는 것 같아


오랫동안 화장품 마케터였던 필자는 그 당시 이런 정보를 접하게 되면, 어떤 이유가 되었건 시장을 계속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세 가지 동력, 원인이 화장품 성장에 미친 비중을 숫자로 산정할 수는 없지만 세 가지 요소들이 모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좀 서글픈 배경도 존재합니다. 지금은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한국 여성들의 경력 단절에 대해 논의하게 되면 여성의 사회적 진출에 대한 M 자 그래픽 이야기가 반드시 거론되었습니다. 한국의 많은 여성들은 결혼과 육아로 10년 가까이 본인들의 전문적인 일에서 손을 떼게 됩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크게 되면 시간이 많아져서 여유로워지기도 하지만 교육비 같은 경제적 부담이 커집니다. 그래서 취업을 하고 싶어하나 기업에 취직은 어렵고 당시 아모레 퍼시픽과 같은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만든 방판 영업소에 많은 우리 언니와 엄마들이 판매사원으로 입사해서 본인들의 가족 친구 이웃에게 화장품을 판매하는 경제활동을 하게 됩니다. 




결국, 여성들은 본인들에게 친숙한 아이템인 화장품을 지인들에게 판매해서 수입을 만들고 기업들은 큰돈 들이지 않고 전국 2만 명의 채널 거점을 만들어 매출을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관련된 제 개인적인 기억이 있습니다. 2000년 초반에 아모레 퍼시픽 본사에서 방판 판매원 대상의 교육이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아직 아이가 어린데 맡길 데가 없어 교육장에 같이 온 엄마가 아기가 울어서 힘들면 동료들과 필자가 복도에서 놀아주었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이런 이유로 지금도 방문 판매 영업소나 판매 사원들이 존재하지만 2000년 초부터 2010년 후반까지 방판은 전체 화장품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유통 채널이 되었습니다.  가사와 육아에서 벗어난 여성들이 다시 일하고 싶지만, 어디에서도 기회를 주지 않고 경력은 단절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들에게 기회를 준 화장품, 상대적으로 수월한 화장품을 선택하게 된 것이죠.  매일 출근하는 이들은 화장을 하고 괜찮은 옷을 입고 ‘출근’을  해야 했으니 이들이 화장품의 소비자이자 판매 채널이었던 것입니다. 


K-beauty에 배경에는 한국 여성들의 고단한 삶과 시간이 녹여져 있다는 걸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뷰티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후배들이 K-beauty 리더십을 계속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힘들지 않고 즐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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