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지킴이들

by 지안


어디까지 말해야 하나 싶어 몇 번을 고쳐 쓰긴 했는데, 사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팬픽을 썼다.

당시 인터넷 소설과 팬픽 문화가 흥하던 시절이었고, 대작(?)들을 보며 나도 재밌게 써보고 싶었다.


당시에 동방신기 팬이었던 나는, 나이도 어렸고 당연히 솜씨랄 것이 없었다. 그래도 같은 반 친구들과 서로 쓴 걸 돌려보는 재미가 있었다. 한동안 덕질을 쉬다가 한참 시간이 지나 다른 그룹 덕질을 시작했을 땐 글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조회수가 만이 넘었던 적도 있고, 소소하게 책으로 판매도 해봤다. 그때 처음으로 작가님 소리를 들어보고, 거기서 오는 뿌듯함이 있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 이 문화를 알고 계시거나 이해하시는 분들이 몇 분이나 계실지 모르겠지만... 뭐, 여튼 그랬다.


그 후로 꽤 긴 시간이 흐르고, 글과는 담을 쌓고 살다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당연하게도 글 쓸 일이 많아졌다. 과 특성상 과제가 많았고, 소설이 아니고서야 대부분 처음 쓰는 분야들이었다. 시를 쓰는 과제물엔 동시처럼 써서 낸다던가, 누가 봐도 이 뒤의 내용이 그려지지 않는데, 웹소설이라고 낸다던가(보통 1, 2편 써서 내는 과제였다), 하는 과정들을 겪으면서 '아, 이딴 것도 과제물이라고...'하며 좌절하면서도 기한 맞추기에 급급했다.


당연히 현타가 올때도 많았다. 꼭 학우들의 글이 아니더라도, 이제 배우는 입장이 되다 보니 책도, 소설도, 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럴 때면 내가 뭘 위해 이렇게 시간과 돈을 써가며 고통받아야 하지? 할 때도 있었고, '내가 이직하겠다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그냥 배우는 거지.' , '재밌게 하면 되지.' 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곤 했다.


혼자서 해내려면 확실히 힘든 것 같다. 그래도 좀 해볼 만하네 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건, 매번 과제 피드백해 주는 주변 친구들 덕분이다. 늘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피드백을 요청하면 잘했다며 정말 좋다고, 어느 부분이 특히나 좋다며 칭찬해 주고, 학교에 다닌 지 3년쯤 지난 요즘엔 예전과 비교했을 때 글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혹시나 내가 듣고 오해할 만한 말은 아닌지 단어들을 고르고 골라서 말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글 쓰는 맛이라는 게 계속 생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자꾸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되고, 막상 내가 하려니 잘되지 않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좋아하는 일을, 기왕 하는 거 더 잘 해낼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난 꾸준함의 힘을 믿는다. 내 글을 나만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면서 피드백도 받고,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찾아보는 것도, 좋아하는 표현을 기록해 보는 것도 쌓이다 보면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거로 생각한다.


오늘도 나의 글을 읽어주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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