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아파서 그런 건 아니야. 아마도.
언젠가부터 갓생살기에 빠졌다.
누군가의 삶과 열심을 알게 된 후 자극을 받아 퇴근하고, 또는 주말 모두 꽉꽉 채워서 써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라 더 그랬을 수도 있다.
퇴근하고 글 써야지, 아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주말엔 카페 가서 앉아 있으면 뭐라도 하겠지. 하는 생각을 거의 매일 했고, 그게 때론 강박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정말 매일매일 투두리스트를 해내거나 하는 건 아니다. 학기 중엔 강의 봐야 하잖아, 방학 중엔 방학이니까 조금만 더 쉬고. 이전 대학 선배 언니와 열품타를 켜며 서로 자극제가 되어주기로 했는데 자극을 받는 건 늘 내 몫이고, 언니에게 자극제가 되어주지 못한 지 한참이었다.
뭘, 어디에 올리는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소소하게 커피값을 벌고 있는 곳이 있는데, 몇 달을 방치하다 7월이 되고서야 거미줄을 걷어냈다. '2주에 한 번은 올리는 거야.' 2주에 5천 자 정도 쓰겠지, 했다만, 웬걸. 또 발등에 불 떨어졌다. 그런 와중에 주말마다 갈 곳은 뭐 이렇게나 많은지, '향후 2달 간은 약속이 다 찼어.'가 농담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이곳에 말한 적이 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일요일엔 알바도 하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이것보다 어떻게 더 열심히 살아?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실질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런 와중에 SNS 맞팔인 친구가 본인이 주변에서 갓생러로 평가받고 있다며 올린 적이 있다. 비난의 의도는 전혀 없고, 그저 가끔 연락하거나 SNS 보면 그냥 출퇴근하고, 딱히 뭘 하는 것 같진 않은데. 물론 주기적으로 주말에 출근하긴 하지만 그것도 갓생의 영역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나에게 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나? 갓생, 이미 그것을 살고 있을지도. 하지만 그냥 돈 벌고 친구 만나고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못 하고 있는데? 와중에 내심 갓생으로 평가 받고 있다는 게 샘이 났는지 '하, 그 정도 가지고.'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 진짜 유치해.
날 어느 정도 선까지 맞춰야 나 스스로 '와, 진짜 열심히 살고 있다.' 하는 생각이 들까? 내가 볼 때 그렇다고 설렁설렁 사는 것 같진 않은데, 퇴근하고 책상 앞에 한 번 앉지 않은 채 유튜브만 보다 잠드는 날이면 자괴감이 밀려든다.
그렇다고 '나 갓생 살아요~!!', ' 내가 이렇게나 열심히 삽니다~!!' 전시하려는 건 아니다. 그냥 내 스스로 채찍질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 지, 갓생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