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멍청 이슈

by 지안


요새 기력이 쇠하고 영 찌뿌둥한 게, 단백질을 보충해야 하나 싶어서 어제 퇴근길에 치킨을 시켰다.

입 짧은 엄마와 둘이 먹으면서 후라이드, 간장, 양념 세 가지 맛을 다 먹겠다고 한 마리 반이나 시키고, 치즈볼까지 야무지게 주문했다.


한 바가지 배가 미어터지게 먹고, 시험이 코앞임에도 다 못 본 강의 후반부를 본 후 시험까지 마치고 나니, 해야 할 일이 산더미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어 잽싸게 누웠다. 딩가딩가 소설도 읽고 포인트 모으는 어플들도 한 바퀴 싹 돌고 씻고 나니 좋아하는 유튜버가 라이브를 하길래 보다 잠들었다.


아, 이럴 수가.

7시 20분엔 집에서 나와야 하는데 눈을 뜨니 7시가 다 되었다.

과식 탓일까, 라이브를 보다 잠든 탓일까. 들리지 않은 알람은 이제 뒷전이고, 급히 출근 준비 후 집 밖을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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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시작인 버스에 올라타고, 회사 언니에게 지각을 예고했다. (다행히 진짜 지각은 면했다)

당연, 언제고 출근할 마음의 준비라는 건 되지 않지만, 오늘은 준비의 준도 꺼내지 못할 상황에서 뛰쳐나와 그런가?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하며 내내 당장 카페인을 목에 때려 넣고 싶었다.

와중에 전날 과식 탓인지 아침부터 허기지는 게 회사 근처 최애 샌드위치가 땡겨 슬쩍 언니에게 불쌍한 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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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계획대로 되었다.

회사 근처 역에 도착할 즈음이라 대충 회사 팀 단톡에 배민 함께 주문 링크를 던져두고 후다닥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랐다.


타이머까지 맞추고 지각을 2분 앞둔 때 출근 카드를 찍었다.

샌드위치를 나눠 먹기로 해서 상호 간에 원만한 합의로 메뉴를 선택한 후 언니는 따로 커피 선택 안 한다길래 내 커피와 다른 팀원이 선택한 커피까지 후다닥 주문하고 오전에 해야 할 급한 일들부터 하나하나 쳐내고 있었다.


배달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에 회사 출입구로 갔는데, 느낌이 쎄했다.


왜... 한잔은 따뜻하지...?


누가 봐도 아이스 커피 1잔, 따뜻한 커피 1잔이었다.

계단 몇 개 오르는 그 짧은 시간에 머릿속이 혼란했고, 확인하지 않아도 저 따뜻한 커피가 내 커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커피가 잘못 온 것이길.


역시나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따뜻한 커피는커녕 따뜻한 물도 안 마시는(못 마시는) 사람이라 좌절 그 자체였다.


이 뜨끈한 커피에 얼음을 넣으면...? 시원은 하겠지. 근데 우유가... 우유가...!

난 이 모짜렐라 치즈 트러플 어쩌구 샌드위치에 아이스 라떼를 마시고 싶었던 건데...!!


어차피 돌이킬 수 없다.

샌드위치는 회사에 비치된 밀크티와 함께 먹기로 하고 라떼는 냉장고로 들어갔다.

분명... 식힌 커피에 얼음을 넣는다고 내가 원했던 그 느낌이 나지 않을 것을 알지만 이보다 나은 차선책은 없다.


오후가 되고 그 커피는 현재 내 텀블러로 옮겨져 짭 아이스 라떼가 되었다.

사실 커피 맛도 잘 모르는데, 진짜 따뜻한 커피 식혀서 얼음 넣는 것과 태생이 아이스인 것과 비교해 보라면 구분 못 할 텐데, 기분 탓인지 입에 영 아쉽다.


다음에, 더 맛있는 라떼로 만나자.


KakaoTalk_20250612_145943368.jpg 나는 따뜻한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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