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삶이 고여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을 때. 살아온 기간의 두 배는 더 살아야 한다는 걸 의식하게 되었을 때.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삶이 너무 팍팍해서 해낼 기운도, 기분도 아니었을 때.
난 지금도 한 번씩 그때를 떠올린다.
'나한텐 이것밖에 없는데.'
그 한마디로 내 30대를 저당 잡은 사람.
이 글은 팬걸의 고백이다.
지금은 내 인생 저당 잡은 이의 이틀 치 공연을 보고 집에 가는 중이다. 내가 살면서 전라도 광주까지 공연을 보러 갈 줄 누가 알았겠어.
입대를 앞둔 이들의 입대 전 막공이라 엄청 슬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덤덤했고 이틀 다 본 덕인지 속 시원히 인사한 것 같다. 일 년 반? 그거 아무것도 아니지.
그저 그룹 내 에너지 담당이라 자리를 비울 동안 그룹 공연에서 내가 공허함을 느끼지 않으며 볼 수 있을까 그게 좀 걱정이긴 하다.
서울콘 때도 느꼈지만 무대 위에서 부서져라 춤을 추고 나의 또 다른 최애가 목소리로 무대를 채우는 걸 보면서 마음이 좀 벅찼다.
아, 진짜 저렇게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즐기며 하는 사람이구나. 저렇게 행복해하는구나.
무대 위 감출 수 없는 표정들을 보면서 '그래, 내가 저런 모습을 보고 입덕했지.', '그래, 넌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구나.' 했다.
얼굴도 취향인 건 맞지만(? 난 그 독기를 좋아한다.
지하에 하수구가 넘치는, 속칭 메로나 감옥에 갇혀서 수십 명의 인원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보며, 버티고 버티다 끝내 데뷔한, 독기 가득한 이 사람을, 이 사람들을 어떻게 안 좋아할까?
다시 말하지만 이건 팬걸의 고백이다.
'난 너의 독기를 사랑해.'
'그것마저 좋아해.'
인생사 내 뜻대로 되는 것 없다지만 데뷔 8, 9년 차 아이돌을 잡을 줄이야. 늘 그 놓친 시간이 아쉽고 아깝다.
'이렇게까지 좋아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게 됐다.'
덕통사고라는 말이 있다.
정말 이건 교통사고와도 같은, 내 의지와 무관한 것.
아, ㅇㅇㅇ전역, 내 졸업보다 빠르다!!
이번 학기를 보내고, 한 학기 휴학하고, 한 학기를 다니다 방학을 하면 다시 내 독기가 돌아온다.
보고 싶겠지만, 내 삶을 살다 보면 금방 온다.
나의 독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