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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캔두 Nov 12. 2020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거지

f. Call Me by Your Name

 티모시 샬라메를 세상에 알린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인생영화로 꼽는 사람들이 많은 영화이다. 그런 영화를 작년과 올해에 걸쳐 내 영화 취향이 조금씩 바뀌면서 영화 나온 지 거의 3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봤다. 전처럼 스릴러, 추리 영화만 고집했다면 이 아름다운 영화를 절대 접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취향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 나를 칭찬한다!

 영화든 여행이든 책이든 사전에 너무 알아보고 너무 기대를 하고 실전에 돌입하면 오히려 실망하는 법이더라. 아 음식이나 사람도. 그런 의미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고 보면 의외로 더 큰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이탈리아 남부에서 펼쳐진 한 소년의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하고 봤는데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조금 놀라게 한 장면들도 있었지만.


 여행과 출장 덕에 37개국이라는 나름 많은 국가들을 가봤지만 이탈리아는 아직 못 가봤는데 이 영화를 보면 이탈리아에 가서 자전거를 타고 싶게 만든다. 엘리오와 올리버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이탈리아 남부의 골목과 자연을 누비는 것은 그 장면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잠잠해지고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되는 시기가 오면 가장 먼저 이탈리아로 떠나야겠다.  


 영화의 줄거리를 써보려고 하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줄거리를 어떻다고 풀어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영화는 내용을 분석하기보다는 그냥 느끼는 게 맞지 않을까.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올리버 이 XX. 진짜 Bad ass라고.' 그렇게 엘리오를 흔들어놓고 본인은 집으로 돌아가서 결혼을 하다니... 마지막에 결혼한다고 소식을 전하는 올리버와 통화한 후 모닥불을 바라보며 눈물짓 엘리오의 얼굴이 긴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크게 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모닥불 타는 소리에 본인의 슬픔을 숨기는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출처: Call Me by Your Name, 넷플릭스

 굳이 따지자면 동성애를 다룬 영화다보니 누군가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나는 엘리오와 올리버를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바라보려고 했다. 엘리오는 그냥 올리버라는 사람을 좋아한 거지 남자를 좋아한 게 아니라고. 아직도 이런 이야기는 어렵기는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영화에서 엘리오의 부모님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그들은 아들과 올리버의 사이를 눈치챈다. 하지만 다그치기보다는 지지하고 응원해준다. 올리버가 떠나기 전에 둘 만의 짧은 여행을 다녀온 후 힘들어하는 엘리오에게 아빠는 담담하게 위로를 건네는데 그 대사들이 참 감명 깊었다. 다른 부모들이 아들이 난관을 극복하길 바라겠지만 나는 그런 부모가 아니라면서 아픔은 아픔대로 느끼라고 말하는데, 진심으로 멋진 아버지더라. 

출처: Call Me by Your Name, 넷플릭스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이 얼마나 특별한 일이었는지, 좋은 사람들인 둘이서 서로를 찾은 것이 운이 얼마나 좋았던 것인지. 그리고 마음이 아파서 지금은 아무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네가 분명히 느꼈던 것을 느끼라고 말해준다.  '우린 빨리 치유되려고 스스로를 망친다. 그러다가 30살쯤 되면 파산하는거지. 그러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줄 것이 점점 줄어든단다.' 마치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는 이야기 같다. 과거의 상처들 때문에 새로운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거나 그 상처에 머물러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미국식 해피엔딩이 아닌 유럽 특유의 감성이 묻어있는 엔딩으로, 마지막에 울먹이는 엘리오의 모습을 보며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거지> 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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