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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캔두 Nov 22. 2020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리우(Rio de Janeiro)와 시티 오브 갓(City of God)

 올해 2월에 퇴사한 전 직장은 회사 밖의 사람들이 보면 신기할 정도로 재무부서에서도 출장을 많이 가는 편이었는데, 그 덕분에 감사하게도 아프리카 케냐부터 시작해서 재직 6년 동안 세계의 많은 곳을 다녀오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의 회사로 이직하기 전 작년 11월에 전 직장에서 마지막으로 갔던 출장지가 브라질의 상파울루였다. 그 출장은 같이 일하는 회계법인의 회계사 선생님들과 같이 갔었는데, 약 8년 만의 재방문에 설렌 나와는 달리 회계사 선생님들은 약간의(과연 약간이었을지 의문이지만)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그들이 브라질을 엄청 위험한 나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호텔과 사무실이 있는 업무 지구를 벗어나서 돌아다니면 바로 강도를 당하거나 총을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상파울루나 리우 데 자네이루나 두 도시 모두에 파벨라라고 불리는 슬럼가가 있는데 이 동네로 가면 진짜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도시를 돌아다닌다고 해서 무조건 범죄의 타깃이 될 정도는 아니다. 브라질도 사람이 사는 동네라는 것을 기억하자.


 물론 8년 전에 나도 브라질을 처음 가기 전에 어느 정도의 걱정은 했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 두려움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신기하기까지 했다. 사실 그건 매체의 책임일 가능성이 크다. 가보지 못한 브라질에 대해서 선입견을 갖는 것,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갖는 것 자체가 한정적인 정보만 받아들였다는 뜻일 테니까 말이다.

 중남미 배낭여행을 다녀온 뒤로 항상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중남미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는데 사람들이 그런 선입견을 갖도록 만드는 영화와 다큐멘터리, TV 프로그램들이 많은 것을 나도 알고 있기 때문에 선입견을 가진 이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또, 매체에서 나오는 모습이 거짓이 아니기도 하다. 이번에 이야기하려는 영화인 <시티 오브 갓>도 그런 인식을 만드는 데 일조한 영화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왜 이런 영화를 만들어서 선입견이 생기게 한 것이냐고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이 영화는 폭력 조직의 우두머리를 마치 영웅처럼 묘사하거나 그들을 옹호하지 않고 브라질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에 오히려 의미가 있는 영화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도 원래 배우들이 아니라 실제로 브라질 파벨라에 사는 아이들을 섭외해서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신의 도시'라는 뜻과 너무 역설적이게도 신이 버린 도시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시티 오브 갓’의 현실을 담은 이 영화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이 도시의 현실을 담담하게 그린다.

 첫 번째 주인공인 로켓은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남들과 다른 삶을 사는 인물이다. 공부를 하고 정직하게 돈을 벌어서 본인의 인생을 바꿔보려고 하지만 외부인들에게는 결국 그도 똑같은 ‘시티 오브 갓’ 출신의 범죄자일 뿐이다. 그의 출신을 알게 된 고용주들에 의해서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범죄자 취급받으며 쫓겨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시티 오브 갓’을 취재하려는 신문사 기자에게 카메라를 받아 ‘시티 오브 갓’의 사진을 찍는 일을 하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시티 오브 갓’의 생생한 현실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로켓 한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로켓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다른 한 명의 주인공을 보여주는데 그가 바로 갱단의 두목, '리틀 제'이다. '리틀 제'는 어렸을 때부터 각종 범죄와 살인을 서슴지 않는 잔인한 아이였고, 커서는 6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던 시티 오브 갓의 다른 구역들의 두목을 죽이고 모든 구역을 자신의 발아래에 둔다. 이 과정에서 ‘시티 오브 갓’에서 일어나는 강도, 폭력,  살인 등  정말 많은 범죄들이 묘사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들이  이런 범죄를 일으키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실제와 가깝게 다큐멘터리 같은 수준으로 만들었다는 영화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다른 누구도 아닌 어린아이들이 리틀 제를 총으로 쏴 죽이면서 아이들이 ‘이건 혁명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되고, 범죄가 대물림되는 게 옳은 현실인가. 사실 리틀 제도 태어날 때부터 범죄를 일으키고 사람을 죽이겠다는 목표를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태어난 동네의 약육강식의 현장에서 살아남는 방식을 보고 배우게 된 것이지.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이고, 이 악순환은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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