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캔두 Nov 25. 2020

어쩌면 우리 모두는 조금씩 외로운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2017년부터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 주식도 같이 시작했지만 미국 주식이 수익률도 더 좋고 내가 잘 때도 돈이 돈을 벌어오는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한국 주식에 비해서 미국 주식의 비중이 더 큰 편이다. 

 코로나19가 정말 많은 것을 바꿨지만 그중에 하나가 주식 투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 커진 것인데, 올해 3월에 크게 폭락했던 시점에 새로 진입한 사람들도 많고 주변을 봐도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아졌다. 특히 작년까지는 주변에 주식 투자하는 사람은커녕 미국 주식을 투자하는 사람은 정말 찾기 어려웠는데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러던 와중에 미국 주식 관련 카페에서 생겨난 카카오톡 오픈 카톡방에 들어갔는데, 처음에는 종목 얘기와 투자 얘기만 하던 카톡방이 어느 순간 동네 사랑방으로 변모했다. 물론 여전히 주식 종목 이야기도 하고, 투자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와 미국 대선 이야기를 하지만 그 중간중간에 오히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하기 쉽지 않을 개인사를 털어놓는다든가 각종 고민을 털어놓는 공간이 되었다. 


 어느 한 명이 고민이나 궁금한 것을 이야기하면 서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다들 정성껏, 그리고 진심으로 대답을 해주는데 보면서 매우 신기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주식투자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모이기는 했지만 오픈 카톡방이라는 익명성의 특성상 안 좋은 말을 할 수도 있는데 300명이나 있는 공간에서 모두들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말들을 해준다.  

 누군가는 좋아하는 여자분께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누군가는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이혼을 고백하고, 누군가는 부모님을 보내고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눈물이 난다며 이게 정상일까라는 이야기를 한다. 결국 좋아하는 여자분께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은, '고백을 해야 한다'파와 '고백을 왜 하냐, 스며드는 거지'파의 팽팽한 토론 끝에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한 분이 이혼을 고백하니 같은 경험을 가지신 분들이 따뜻한 위로를 해주고, 또 다른 분들은 새로운 기회를 이야기하며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또, 자산을 불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주식뿐만 아니라 종종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는 한다. 그러다가 오늘 오전에는 어떤 한 분이 새로 집을 계약했다고 얘기하니 다들 축하해주면서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휴지를 보냈다. 휴지를 선물하다니?ㅋㅋㅋㅋ 언택트, 익명의 시대에 걸맞게 이름도 얼굴도 주소도 모르는 사람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다니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거래금액이 매년 급증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았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 모두는 조금씩 외로운 게 아닐까 생각했다. 

 연애 고민이든 가족과 관련된 일이든 혼자서 끙끙 앓기보다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모든 것을 100% 오픈하고 고민을 나눌만한 사람이 많지도 않고 나의 약한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도 쉽지 않다. 또, 나를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나를 위한다고 어쭙잖은 조언과 위로를 할 수도 있고 멋대로 판단해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 힘든 일들을 익명성의 힘을 빌려 오히려 보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진심 어린 위로를 받을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같은 특성을 장점으로 해서 다른 커뮤니티이긴 하지만 블라인드도 이용자가 많은 게 아닐까 싶다. 나를 모르지만 동시에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런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된 게 아닐지.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시대가 흘러 전통적인 공동체(회사 동료, 가족 등)의 힘이 점점 약해지면서 사람들은 대안을 찾고 그 대안으로 새롭게 나타난 트레바리 같은 모임들이 인기를 끈다는 내용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시대가 변하면서 과거보다는 개인주의 성향이 보다 짙어지고는 있다지만 완벽하게 혼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기서 혼자는 결혼을 안 했다거나 부모로부터 독립을 한 단순한 1인 가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독립적인 사람이라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쯤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집단주의와 가족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공동체의 탄생을 반갑게 받아들이면서 나는 오늘도 결국 우리 모두는 조금씩 외로운 게 아닐까 생각했다.  

작가의 이전글 걷기, 몸과 마음이 단단해지는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