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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캔두 Nov 30. 2020

내 나이가 어때서

인생 33년 차를 맞이하며

 이제 약 한 달 후면 서른셋이 된다. 치사하게 만으로 친다고 해도 올해 서른한 번째 생일을 보냈으니 빼도 박도 못하게 삼십 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미 벌써 삼십 대가 된 지 조금 지나긴 했지만 왠지 3이 두 번 들어가는 숫자를 맞이하니 진정한 삼십 대가 되는 기분이다. 이제 진짜 어른이 되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은 그런 느낌? 

처음으로 삼십 대에 진입하던 2년 전에는 오히려  생각이 없었는데 정으로 삼십 대에 진입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지금, 괜스레 더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내가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관습에 대해서 아는 게 아니니 없다고 확신 수는 없으나, 국만큼 나이대 별로 밟아야 할 코스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곳 드물 것이다. 20대에는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해야 하며, 30대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그런 이상한 당위성. 이대로 하지 않으면 무슨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그런 이해되지 않는 분위기. 물론 점점 인식이 바뀌고는 있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에 팽배해있다. 


 이제 내 주변에도 점점 결혼을 하거나 부모가 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 같이 공부하고 술 먹으면서 놀던 친구들이 이제는 누군가의 반려가 되고 엄마 혹은 아빠가 되어 나랑은 조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 나이쯤 되니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문득 돌아보면 새삼스럽기는 하다. 그리고 나만 멈춰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는 것이, 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뭔가 책장의 한 페이지를 넘긴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회사만 다니면서 특별할 것 없이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보냈는데 그들에게는 인생의 변곡점이 될만한 어떤 큰 이벤트들이 생긴 것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억지로 세상이 정해놓은 코스를 밟을 생각은 없다.


 어렸을 때부터 결혼 생각은 없었어서 결혼이라는 것에 대한 조급함은 전혀 없는데, 다른 하나는 이제 곧 해야 할 때가 다가온다는 생각은 든다. 바로, 독립이다. 대학교나 회사가 집과 멀어서 통학이나 통근이 어려우면 자취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독립할 기회를 가졌을 텐데(초등학교 선생님인 동생이 김포에 발령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나보다 먼저 독립을 하게 되었다.) 통학과 출퇴근이 가능한 생활권이다 보니 아직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 뭐 사실 용돈은 드리고 있지만 집안일은 거의 안 돕다 보니 같이 산다기보다는 얹혀사는 거겠지만.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 대학교 친구들인데, 얼마 전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동지마저 여동생과 독립을 하며 이제 6명의 친구들 중에 독립을 안 한 사람은 나만 남았다. 사실 내가 목표한 금액을 모을 때까지는 무조건 집에 들러(?) 붙어있으려고 생각했었는데, 마지막 남은 동지마저 독립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결심이 이렇게 흔들릴 수가......! 이 소식을 바로 가서 엄마한테 전했다. 


 "엄마, OO도 이제 집에서 나와서 살 거래. 근데 원래 집이랑 15분 거리라네. 동생이랑 나와 살기로 했대"

 "아니 직장이랑 집이랑 먼 것도 아닌데 왜 독립했대?"

 "본인이 엄마랑 너무 많이 싸워서 차라리 가끔 보는 게 둘 사이에 좋을 거라고 생각했대, 그러면서 본인 엄마가 우리 엄마처럼 간섭 안 하고 개방적이었으면 본인도 독립 안 했을 거라고 하더라"  

 "화낼 게 없고 딸내미 믿으니까 간섭도 안 하는 거지 뭐. 동생도 나갔고 내년에 결혼한다고 하는데 딸은 좀 더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그렇게까지 효녀는 아닌데 저렇게 이야기하는 엄마를 모르는 척하고 '나 독립할래!'라고 외칠 수가 없었다. 엄마, 아빠에게 둘이서도 재밌게 노는 법을 좀 더 하드트레이닝 시켜드려야겠다. :-D

 사실 엄마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난 아직 독립할 준비가 안되어있다. 세탁기에 빨래 세제는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화장실 청소는 얼마나 어떻게 자주 청소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다. 하지만 독립할 마음이 안 생기는 진짜 이유는, 회사도 갔다 와야 하고 브런치에 글도 써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친구도 만나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데 집안일에 시간을 쏟아야 하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사 노동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엄마랑 아빠가 다 해주는 이 편리함에 중독되어 버린 것 같다. 유일하게 돕는 집안일이 그나마 내 방 정리, 그리고 가끔 하는 설거지 정도인데 독립을 하면 모든 집안일을 다 혼자서 해야 하는 상황이 올 텐데 그게 너무 싫은 거다. 


 언젠가 독립을 하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러니 제발 서른 셋인데 아직도 부모님이랑 같이 사냐는 말은 말아주세요. 내 나이가 어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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