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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캔두 Jul 11. 2021

인생은 운일까 노력일까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585.html

 우연히 이 기고문을 읽고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운일까 노력일까? 내 생각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력이 없으면 많은 운도 다 소용없지만 확실히 운이 인생에 정말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로또에 당첨될 운이 있다고 해도 로또를 사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운이 내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무리 로또를 매주 계속 사는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운이 없다면 로또에 당첨될 수 없다.

  

 필자는 어느 국가에 태어나는지,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나는지부터 인생의 운이라고 말한다. 그런 부분까지 모두 운이라고 본면 인생에서 운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닐까.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회사를 다니고 나이를 먹으니 그런 것들생생하게 껴진다. 그런 면에서 '운도 실력이다'라는 말은 이 불공평한 세상을 잘 표현하는 말인 것 같다. 어느 국가에서, 어느 부모에게,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는지까지 내 실력이라면 그냥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출발선이 다르니까. 그런데 그런 세상에서 네가 노력을 안 해서 그들처럼 되지 못한 것이라는 그런 말 자체가 '공평하다는 착각'이다. 물론 나도 노력 하지 않으면서 불평만 하는 부정적인 사람들을 싫어한다. 하지만 결과만 보고 너의 노오력이 부족했다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나는 사실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보다는 각자의 앞에 펼쳐진 길의 평탄화 정도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같은 거리를 달리더라도 평평한 길을 달리는 것과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는 것은 난이도에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취업만 보더라도 누구는 부모의 배경과 힘으로 쉽게 하고 회사생횔도 편하게 하는 반면(주변에 이런 케이스를 적지 않게 봄), 누구는 공부에 알바까지 같이 하느라 자소서에 쓸 여러 경험을 쌓을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것을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각자의 앞에 펼쳐진 길이 울퉁불퉁한 정도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가장 많이 실감한 때는 서로 다른 친구들이 비슷한 시기에 결혼 모습을 보면서이다. 대학교 친구 A와 고등학교 친구 B의 이야기이다. (A와 B의 이야기를 최대한 중립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B를 부러워(x), 시기 질투하는 마음이 없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선입견이 담겨있다는 것을 미리 알린다.)


 A는 졸업하자마자 다행히 대기업에 취직을 했고 회사에서 남편 될 친구를 만났다. 감사하게도 둘 다 연봉으로는 적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둘의 연봉이 적지 않더라도 사회초년생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겠나. 양가 부모님 모두 많은 돈을 지원해줄 형편안됐다. 그리고 국가의 대출 등도 신청할 수가 없었다. 국가는 물려받은 재산, 모아둔 재산이 없어도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지원받기 힘들게 참 이해할 수 없게 해 놨다. A 부부는 회사 강당에서 결혼을 하고 빚을 내 30년도 넘은 강북의 아파트에 겨우겨우 전세로 들어갔다.


 B는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에는 취미도 의지도 없었지만 학벌 업그레이드를 위해 대학원을 갔다. 부모님이 비싼 학비 다 대주셨고 그녀는 본인 힘으로 돈을 벌어본 적도 없었다. 사실 취업을 위한 시도를 할 필요 자체 없었다. 그러다 소개팅으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B의 아버님 사업이 꽤나 성공해서 우리 동네에서도 제일 비싸다는 주상복합에 살고 있었고, 남편의 아버님은 공기업 임원이셨고 어머님은 부동산 투자를 성공하셔서 꽤나 잘 산다고 했다. 남편은 공기업의 자회사에 다니면서 많은 월급을 받지는 않았지만, 양가에서 몇 억씩 대주셔서 B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비싼 동네 중 하나인 잠실에서 자가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2년 후 A는 어디로 이사 갈지 머리 아픈 고민을 계속해야 했지만 B는 여유롭게 아이를 키우며 걱정 없이 살고 있다. 물론 돈만 보고, 겉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회사에서 매일같이 야근하고 힘들어하는 나를 보면서도 철없이 회사 다니는 내가 부럽다는 말을 하는 B한테 알게 모르게 자격지심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회사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알지도 못하면서 회사를 다니고 싶다고? 너처럼 인생을 편하게만 살아온 애가 이 힘든 회사 생활을 버틸 수나 있을까? 고백하자면 이런 못된 생각을 많이 했었던 못난 사람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감사하게도 나도 운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가장 크게 그 운이라는 것을 느낀 게 바로 대학 입시이다. 내가 가고 싶었던 연세대학교에 한 번에 바로 합격했지만 그게 온전히 내 실력만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고등학교 내내 말만 자율인 야간 자율학습을 하루도 빠짐없이 했고, 주말에도 항상 독서실에 가서 공부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수능날 긴장해서 시험을 망쳤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한 문제를 실수해서 한 끝 차이로 연세대가 아닌 다른 학교에 가게 되었다면 어땠을까? 점수 자체만 보면 서울대학교도 갈 수 있는 점수였지만 하필 다들 나보다 논술을 잘 쓰는 애들이 나랑 같은 전공을 지원한 그것도 내 불운이 아니었을까?


 삼성을 다닐 때 보니 대한민국 최고의 대기업이라 일컬어지는 그곳에서 임원이 되는 게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인 것도 맞고 아무나 임원으로 뽑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에서 지켜보면 능력이나 전문성이 있고 리더십이 좋아 임원이 될 만한 사람만 또 임원이 되지는 않더라. 타이밍이나 운도 정말 큰 작용을 한다. 이런 식으로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한 선택들의 교집합이 인생인 것처럼 내 운의 총집합도 내 인생인가 싶기도 하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내가 뛰어나고 능력이 출중해서라기보다는 운이 좋아서 얻게 된 것들이라고 생각하면 기고문 필자의 말처럼 좀 더 감사하고 겸손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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