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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캔두 Aug 12. 2021

하루의 문을 여는 사람들

엊그제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집에 가다가 사무실을 청소하고 계시던 분을 발견했다.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는데 그 늦은 시간까지 청소하고 계신 분을 보며 문득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시간에 여기서 이렇게 청소하고 계시는 거면 언제 퇴근하시는 거지?"

"벌써 막차도 다 끊겼을 텐데 어떻게 집에 가실까? 나는 회사에서 택시비를 지원해주긴 하지만 이 분들은 아닐 것 같은데"

"근무시간 자체가 막차 타고 와서 첫차 타고 갈 수 있는 그런 시간인가? 댁이 근처신가?"

"꼭 이 시간에 청소를 해야 하는 걸까?"


 평소에 나 말고 다른 사람들(가족 포함)한테 지지리도 관심이 없는데 그날은 새벽 감성이었던 건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사무실 청소하시는 분들을 보고 궁금해했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첫 회사를 다닐 때 나는 매일 통근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타서 7시쯤이면 강남역 근처에 있는 회사에 도착했다. 7시에 출근하는 것도 엄청 빠른 거였는데, 자리에 가면 항상 쓰레기통이 비워져 있었고 바닥도 깨끗하게 닦여져 있었다. 그 당시에도 나는 셔틀버스 타니까 일찍 오지만, 이 분들은 대체 몇 시에 집에서 나와서 여기까지 오시는 건지, 첫 차 타면 가능한 건지 그런 비슷한 것들을 궁금해했었다.


 통근버스를 타면 앉아서 자면서 갈 수 있고, 굳이 갈아타지 않아도 되고 훨씬 빠른 시간 내에 도착하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긴 했지만 그래도 통근버스를 타고 다니는 게 편해서 타고 다녔다. 첫 직장에서는 일찍 출근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어서 그런지 나도 덩달아 일찍 출근하는 게 대단한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야근도 많이 해서 새벽에 들어갈 때가 많았기 때문에 뭔가 내가 굉장히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 것 같은 순진한 뽕(?)에 차있었달까.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내가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오는 시간에 이미 일을 시작한, 하루를 훨씬 빨리 시작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까이는 내가 타는 셔틀버스 기사님부터 시작해서, 내 자리를 이미 청소해주신 분들, 멀게는 지하철을 운전하시는 분들, 거리를 청소하시는 환경미화원분들까지. 내가 평소에 알고 있는 세상은 너무 좁아서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보면 찾아볼 수 있는 정말 다양한 형태의 삶과 직업,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어리석게도 나 혼자서만 열심히 살고, 나 혼자서만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의 문을 여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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