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어린 왕자」
안 읽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책들 중 읽을 때마다 감상이 달라지는 책은 내가 읽어본 것 중에서는 어린 왕자가 유일하다.
초등학교 땐 솔직히 기억도 안 나고 군대에서 읽었을 때는 어린 왕자가 철이 드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느낀 감상은 다음과 같다.
한평생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이 감상평은 훗날 내가 남긴 감상평 중에서 가장 잘 된 것이다.)
어른들은 참 이상해
「어린 왕자」
'아이들은 참 이상해'
나는 어릴 적에 유치원 버스 시간에 쫓겨 엄마가 급하게 찍찍이 신발을 신겨주면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벗어던지곤 했다. 또, 양말을 신겨주면 불편해서 홀랑 벗어버리곤 했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단지 신발의 찍찍이의 아구를 완벽하게 맞추고 싶었다.
양말을 신을 때도 발꿈치 부분은 발꿈치에, 발가락이 들어가는 영역은 발가락만 들어가도록 맞추고 싶었다. 물론 그렇게 신으면 헐렁거려서 꽉 조여야 했다..
우리는 각자 다른 환경에서 저마다의 시선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들은 너무나 다양하고 특별해서 사회는 존중이라는 가치를 두어 사람들을 길들인다. 하지만 그 존중이라는 가치는 가장 작은 사회에서는 썩 잘 실천되지는 않는 것 같다.
가끔 자녀 가정교육에 관련된 TV 솔루션 프로그램들을 보다 보면 당연한 솔루션을 당연하게 말하는데 그걸 몰랐다고 하는 게 좀 많이 답답할 때가 있다. 물론 나는 자녀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이런 말 할 자격은 없는 것 같지만, 우리들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
삼시 세끼 잘 챙겨 먹는 것보다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티니핑 이름 석 자를 정확히 외워주는 것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는 걸 나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나도 유치원에 늦는 것보다 양말과 신발을 정확히 신는 것이 더 중요했었으니까.
여우가 말했다.
"그럼 내 비밀을 알려줄게. 아주 평범한 비밀을. 마음으로 봐야 또렷하게 보이는 거야. 정말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거든"
"정말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거든..." 마음에 새기기 위해 어린 왕자는 되뇌었다.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한 존재로 만들어준 건 바로 네가 장미꽃을 위해 쓴 시간이야."
"내가 장미꽃을 위해 쓴 시간이야..." 마음에 새기기 위해 어린 왕자는 되뇌었다.
"사람들은 그 진실을 잊은 거야." 여우가 말했다. "그렇지만 넌 잊으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은 영원히 네가 책임져야 해. 넌 네 장미꽃을 책임져야 해."
"나는 장미꽃을 책임져야 해..." 마음에 새기기 위해 어린 왕자는 되뇌었다.
「어린 왕자」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비밀을 알려주었다. 어린 왕자가 여우의 말끝마다 그 말을 마음에 새기기 위해 같은 말을 되뇔 때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졌다. 마치 우리가 공부할 때 주입식으로 중요한 개념을 메모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전 독후감에서 한번 썼던 내용인데,
예전에 미야자키 하야오의「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작품을 볼 때,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하나하나 분석하고 싶어서 노트와 펜을 들고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막상 노트를 펼쳐고 영화를 보니까 너무 재미가 없어서 필기도 못하고 그냥 나왔던 기억이 있다. 영화 중간에 '나를 배우는 자는 죽는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정말 그랬다.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들은 특별히 기억하려고 하지 않으면 잊혀버린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느낌! 그 소중한 가치를 어떡하면 간직할 수 있을지 우리가 한평생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워낙 유명하고 좋은 책이라 풀고 싶은 내용들이 너무 많아 글이 길어졌다. 언젠가 이 책을 다시 읽을 때쯤에는 어떤 감상이 들지 기대된다.
오는 6월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주제 삼았다. 우리는 어떤 어른인지, 어떤 마음가짐인지, 어떤 것이 인상 깊었는지 궁금해 질문지도 준비했다. 질문지의 첫 번째 질문을 이렇게 준비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