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와 함께 첫 기일을 보내며
"추석에 차례는 지냈니?"
"아뇨 제사 안 지내기로 했어요"
"누가 그러기로 했노?"
"내맴이요"
실화다.
뭐 차례 지냈다고 하면 칭찬해 줄 거야?
안 지냈다고 하면 뭐 때찌때찌 하게?
이번 긴 연휴와 동시에 아빠의 첫 기일을 보냈다.
차례를 지내야 할까?
"아니, 나는 안 하고 싶다."
왜?
"아니 그냥 안 하고 싶다고"
혹자들은 말한다. 그래도 가족인데..
"아니 안 하고 싶다니까요"
그럼 이렇게 나온다. 그렇게 정이 없어?
"정 없는 거보다 그럴 형편이 없는데요
내가 하고 싶을 때, 가고 싶을 때 내가 알아서 할게요."
악감정은 없다. 연민도 없다. 후회도 없다.
그냥 내 마음대로 쉬고 싶다.
최근 명절 차례를 안 지내고 싶다가 50%를 넘기는 뉴스를 봤다.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게 안 봐도 비디오처럼 재생된다.
"니도 나이 들어봐라 명절날 차례 지내면서 음식도 해 먹고 친척 얼굴도 보면서 얘기도 하고 지내면 좋지"
여기에 명절문화를 바꾼 전설의 댓글 짤이 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머리에 피 안 마른 버르장머리 없는 젊은 놈인가 보다.
나 그리고 내 주변에서 좋은 명절을 보냈다고 하는 사람들은 전부다 개인적으로 놀러 갔다 온 사람들이다. 물론 기분 좋게 보낸 사람들도 있겠지 근데 스트레스 안 받으셨나요? 하는 질문에 당당하게 안 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가난이 무엇인지 아는가?
돈이 없는 것? 사람이 없는 것? 인간성이 사라진 것?
나는 '나만의' 취미가 없는 것이 진정한 가난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옛날에는 콘텐츠가 자식농사뿐이었던 세대에서는 그럴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니까. 그래서 평생교육원, 실버대학이 뜨는데 이유가 있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취미로 색소폰을 부시고, 내가 늙고 죽어서 남기는 건 책밖에 없다며 직접 도서를 출판하시고, 월수금 9시 헬스장에서 줌마댄스를 꾸준히 다니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분들을 직접 보기도 하고 이야기로 듣자 하면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뭘 모르는 철없는 청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버릇없는 MZ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도 면전에서 욕하면 상처받으니까 사실 잘 안 받음 뒤에서 욕하길바란다.
나는 나이 들어서도 나 혼자 책 읽고 기타 치고 운동하고 게임하고 맛있는 거 먹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아무런 부담 없이 휴식할 거다.
ㅇㅇ 내 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