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밀턴 「실낙원」
창조주여, 제가 간청하더이까, 진흙을 빚어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가 애원하더이까, 어둠에서 저를 끌어내달라고?
「프랑켄슈타인, 실낙원中」
「실낙원」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과 함께 「프랑켄슈타인」에서 크리쳐가 읽은 책중 하나로 소개된다. 그 크리쳐가 읽은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실낙원을 읽기로 했다. 1권 중간쯤 읽었을까? 깨달았다. 아뿔싸 이거 창세기 내용이구나..
나는 성당에 다니지만 성경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고 관심도 없다. 성경공부하자카면 이 악물고 안 하는 내가 이런 식으로 창세기를 읽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 내가 독후감을 쓰는 것이 감히 성경을 해석하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책 뒤편에 실린 해설 편과 더불어 그냥 내 생각 내 느낌을 적어본다.
밀턴은 만물의 근원을 원에 비유한다.
'창조주(하느님)는 원의 중심에 있고 만물은 중심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원주들이다. 그러므로 그 어느 하나도 전지전능한 신의 지식밖에 있는 것은 없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원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내가 잘 모르겠으나, 그 어느 하나도 신의 지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천사가 타락한 것. 천사와 타락천사가 싸우는 것, 그리고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고 타락하게 되는 과정 또한 모두 신이 설계한 것인가? 가장 완벽하고 전지전능한 신이라면 어째서 이런 불완전한 사건들까지 설계하신 걸까 신은 불완전한 것인가?
그에 대해 밀턴은 이렇게 답한다.
하느님은 그대를 완전하데 만드셨으되 불변하는 것으로 만드시지는 않았느니라.
그대를 선하게 만드셨으나 참고 견디는 것은 그대의 힘에 맡기셨으니.
하느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 그래서 타락을 포함한 안 좋은 시나리오는 신의 지식범위 안에 있었으나, 그 행위자체는 신의 선택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구원의 가능성을 위해 하느님은 사람의 형상을 띈 예수님을 인간세상에 파견한 것이다.
쓰면서 생각해 보니 내일 모래가 크리스마스인데, 노린 건 아니지만 타이밍이 좋은 것 같다ㅋㅋ
'에덴동산은 혼돈으로부터 창조된 조화의 세계이다.'
밀턴은 신은 자연을 만들고 그것을 다스리는 자이고, 자연은 피조물로써 신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자연이 신의 도구에 지나치지 않는 이상 그것은 신의 질서의도를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밀턴이 묘사한 에덴동산은 지나치게 풍요롭게 묘사된다. 그리고 그 풍요로움은 질서를 파괴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암시한다.
전쟁이 파괴를 가져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화는 부패를 가져왔으니
어찌하여 이렇게 되고 말았는가?
하늘의 안내자여, 말씀해 주소서, 여기서 인류를 끝낼 것인가를..
'타락하기 전 에덴동산은 기쁨에 차있으나 원죄를 저지른 후 자연은 탄식하고 신음한다.
인간과 자연은 존재의 사슬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인간계의 무질서는 곧 자연계의 무질서로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타락한 에덴동산에서는 독수리가 새를 쫓고 맹수가 암사슴을 쫒는 약육강식의 처절한 전투와 문란한 행위가 일어나게 된다'
솔직히 나는 이해가 안 됐다. 약육강식 먹이사슬 이것 자체가 자연 아닌가? 이런 현상은 무질서가 아닌 오히려 이것이야 말로 질서 아닌가?
에덴동산의 독수리와 맹수들은 이슬만 먹고사는가? 하와도 과실열매 엄청 따서 먹던데 동물은 안되고, 식물은 괜찮은 건가? 이건 잘 이해가 안 됐던 것 같다.
「실낙원」은 인간타락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에덴동산에서 인간불복종의 형벌로 죽음을 받아들인 인간은 죽음의 형벌로 구원의 가능성 또한 함께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적극적인 믿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구원은 타락으로부터 나온다.
밀턴은 인간을 신의 설계된 기계가 아닌 자기 운명의 결정권자로 보았다. 비록 그 선택이 타락이라는 비극을 낳았을지라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야말로 인간이라는 것이다.
「실낙원」 속편 「복낙원」도 있다는데, 성경도 안 읽는데 내가 또다시 읽을까 싶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