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상어는 눈이 거의 안 보인대요

모르크 스트뢰크스네스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by 영찬


그린란드 상어는 굉장히 장수하는 동물이다. 평균 300~400년을 살고, 조선시대에 태어나 500년을 넘는 세월을 산 개체도 있다. 그린란드 상어개체 90%의 눈에는 'Ommatokoita elongata'라는 요각류가 기생하고 있는데, 이 생물은 눈의 조직을 파먹어 실명에 이르게 하는 대신 몸에서 빛을 발산해 심해에서 먹이를 유인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후고와 메테는 그린란드 상어를 잡기 위해 400미터의 낚싯줄과 튼튼한 갈고리, 롤러가 달린 강철 낚싯대, 그리고 납추를 준비한다. 그린란드 상어는 심해에 살기 때문에 최소 300미터는 줄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썩힌 청어와 큼지막한 고래고기를 미끼로 준비했다. 상어는 5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냄새를 맡을 정도로 후각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또, 상어의 비늘은 미끼를 물고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낚싯줄을 끊을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롭기 때문에 갈고리로부터 6미터 정도는 쇠사슬을 달았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그린란드 상어는 미끼를 물었지만, 끝내 낚싯줄을 끊고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사실 이 책은 상어를 잡는 내용이 아니다. 1년간 노르웨이 베스트피오르를 항해하며 바다에 관한 여러 가지 지식들을 알려주는 환경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그린란드 상어의 눈에 사는 기생충 이야기, 심해 불가사리 이야기, 향유고래와 대왕오징어 이야기, 모비딕과 바다괴물이야기, 우주와 태초의 바다로부터의 진화이야기, 사나운 파도와 폭풍우에 관련된 북유럽신화이야기, 녹조류와 플랑크톤이야기, 그리고 바다오염과 남획이야기까지.

책을 읽을 때 나무위키를 탐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1년 동안 바다를 누비며 그린란드 상어 잡기 프로젝트가 성과가 없자 메테는 후고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그린란드 상어를 잡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후고는 '어릴 적 아버지가 바다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고, 그린란드 상어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그린란드 상어는 뭔가 신비롭잖아..'라고 답한다.

저자에게 그린란드 상어란, 단순히 신비로운 생명체를 넘어 '바다'그 자체이고 생명의 근원, 살아 숨 쉬는 역사이며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의미했던 것이다.


그들이 놓친 그린란드 상어는 앞으로 6미터의 쇠사슬을 달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놈의 삶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으리라.


바다는 우리 없이 아주 잘 지낸다. 그러나 우리는 바다가 없으면 살 수 없다.


정말 유익한 환경다큐멘터리한 편을 감명 깊게 본 것 같아서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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