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17년 개봉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언급된 고대 그리스 조각가 프락시텔레스에 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영화는 1983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17살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는 이탈리아의 가족 별장에서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고미술사학자인 그의 아버지 팔먼 교수(마이클 스털버그)는 매해 자신의 별장에 젊은 연구자를 초청해 보조 연구원으로 일하며 그들의 저서 집필 마무리를 하도록 6주동안 숙식을 제공하는데요. 그 해에는 미국의 대학원생인 24살의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가 오게 됩니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에 대한 향수로 가득한데요, 엘리오와 올리버의 관계는 멘토링과 사랑을 모두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고대 그리스의 동성애 문화와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7년 발간된 안드레 애치먼 작가의 원작 소설은 국내에서는 <그해, 여름 손님>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있답니다.
영화 오프닝에도 등장하고, 극 중에도 두번 거론되는 프락시텔레스(Praxiteles). 팔먼 교수가 가르다호에서 중요한 것이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엘리오와 올리버를 데려가는데요. 침몰한 배에서 청동 조각품을 건져낸 것이예요. 팔먼 교수는 이 동상이 레키 백작이 자신의 애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라고 언급하는데요, 아름다운 청년의 동상이죠. 이후 팔먼교수가 서재에서 올리버에게 슬라이드 필름을 켜서 프락시텔레스의 영향을 받은 조각들을 보여줍니다. 팔먼 교수는 프락시텔레스를 고대 최고의 조각가이며, 그의 조각은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프락시텔레스는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로, 기원전 370년부터 330년 무렵 활동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는 조각가 케피소도투스의 아들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선을 이용해 인간의 감정을 가진 신상을 주로 제작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 <헤르메스와 어린 디오니소스> <아폴로 사우로크토노스> 등이 있습니다.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는 여신을 전라의 모습으로 나타난 최초의 걸작으로, 여성 나체 표현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헤르메스와 어린 디오니소스>는 어린 디오니소스를 팔에 안고 놀고 있는 모습으로, 상체와 헤르메스의 얼굴은 매끈하게 표현돼 있습니다. 프락시텔레스의 커브라고 알려진 새로운 자세는 강렬한 S자를 만들어 내며 생동감을 나타냅니다. 프락시텔레스의 조각은 신체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나타내며, 실제 살아 있는 육체와 같은 인상을 줍니다. 그리스 미술가들은 많은 모델을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배제한 이상적이고 완벽한 인체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올리버와 엘리오의 풋내 가득한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끝이 나게 되는데요. 프락시텔레스의 이상화된 조각상처럼, 영화에 담긴 그들의 모습 역시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만큼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