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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rgundy Sep 04. 2020

[영화]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에 등장한 미술 작품



오늘은 2014년 개봉한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동화 같은 색감과 4 단계의 액자 구성,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토리라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죠. 영화는 책 읽는 소녀의 현재, 작가의 1985년, 나이든 제로의 1968년, 그리고 구스타프의 1932년. 이 영화는 4가지의 시간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927년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때에 부호인 마담 D(틸다 스윈튼)의문의 살인을 당하고, 영화는 이를 파헤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가상의 국가 주브로브카(Żubrówka)에 있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는 지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와 로비보이 제로(토니 레볼로리) 함께 일하고 있는데요. 마담 D의 연인이기도 한 구스타브는 그의 부고를 듣고 단숨에 달려 갑니다. 그의 유산을 탐내는 아들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와 가족들은 구스타브의 등장이 탐탁지 않습니다. 구스타브와 제로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영화의 소품으로 제작된 작품) 요하네스 반 호이틀 <사과를 든 소년>


오늘은 구스타브가 마담 D의 집에서 훔쳐서 나오는, 영화 전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작품 <사과를 든 소년(Boy with Apple)>과 이 작품을 대체하기 위해 걸어두었던 또 다른 작품까지, 총 2점에 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이 두 작품은 감독이 의뢰해서 만든 영화의 소품인데요. 이 두 작품이 어떤 레퍼런스를 갖고 있는지 볼게요. 먼저 <사과를 든 소년>은  영국의 화가인 마이클 테일러(Michael Taylor)가 그린 것입니다. 그의 작품은 런던의 국립초상화미술관에도 걸려 있다고 해요. 웨스 앤더슨 감독은 2012년 마이클 테일러에게 찾아가 가상의 르네상스 시기 초상화를 주문했는데요. 그가 레퍼런스로 제시했던 것은 브론치노(Agnolo Bronzino, 1503-1572), 뒤러(Durers, 1471-1528), 튜더(Tudor) 초상화 였다고 해요. 이 세 가지 샘플은 각각 다 다르지만, 감독은 그 속에 있는 요소들을 모두 결합한,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만들어낼 것을 요구했어요. 감독이 설정한 르네상스 거장의 이름은 요하네스 반 호이틀(Johannes Van Hoytl, 1613-1669), 에드 먼로(Ed Munro)라는 연극학교 학생을 모델로 삼았어요.


브론치노 <톨레도의 엘레노어 초상 > 1545  / 뒤러 <막시밀리안 1세의 초상> 1519


브론치노는 이탈리아의 화가로,  매너리즘 양식을 대표하는 미술가이며 메디치 가문의 궁정화가로 일하기도 했어요. 그의 초상화는 냉담한 표정, 품위있는 자세 등으로 귀족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어요. 우아한 긴 목과 길다란 손가락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매너리즘 양식이란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유행한 양식으로, 독창성 없이 기성의 기법을 답습해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일의 화가인 뒤러 역시 르네상스 전성기에 이탈리아에서 유학하여 그 영향을 받았으나, 이후 자신만의 독창적 화풍을 구사하였어요. 그는 신성 로마 황제 막시밀리안 1세의 궁정화가로 활동하기도 했는데요. <막시밀리안 1세의 초상>에서 황제는 커다란 석류를 손에 들고 있는데, 이것은 다양성의 화합을 의미한다고 해요. 이처럼 과일이나 특정 사물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을 통해 상징적 의미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영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작품 <사과를 든 소년>은 고급스러운 붉은 커튼을 뒤로 한 소년이 사과를 들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웃음기 없는 표정, 부유함을 드러내는 의복의 상세한 묘사, 상징물로서의 사과 등이 르네상스 시기 초상화와 닮아있습니다. 사과는 인간의 원죄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사과를 든 소년>을 훔치고 그 자리에 걸었던, 에곤 쉴레 작품처럼 보이는 그림 역시 영화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소품인데요.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RISD)을 졸업한 리치 펠레그리노(Rich Pellegrino)가 제작했습니다. 감독이 요구한 것은 “두 명의 레즈비언이 자위하는 모습”을 에곤 쉴레 풍으로 그려달라는 것이었어요. 그는 평소 에곤 쉴레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의 화집을 면밀히 관찰한 뒤 비슷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고 해요.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쉴레(Egon Schiele, 1890~1918)는 뛰어난 소묘력으로 격렬한 감정을 잘 표현해낸 작가로 잘 알려져 있어요.  불안한 인간의 신체와 성적인 욕망을 주로 다룬 화가입니다.


영화의 소품으로 제작된 작품, 에곤 쉴레 <누드 자화상> 종이에 수채와 연필 29.5x45.8cm 1916


짧지만 강렬했던 마담 D의 등장씬에서는 그녀가 입고있는 옷이 눈에 띄는데요. 황금빛 색채나, 문양을 보면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그림과 닮아있는 것을 알 수 있어요. < 생명의 나무>는 클림트의 황금기 작품 중 하나로, 해당 주제는 탄생과 죽음 등 생명의 순환과 연결이라는 주제로 확장되어 여러 종교에서 중요하게 다뤄져 왔어요. 클림트가 그린 <생명의 나무>는 나무의 모든 가지가 아름답게 번성하는 모습이며, 일관된 곡선을 사용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요. 클림트만의 화려하고 독특한 장식적 요소가 돋보입니다. 이 작품은 건축가 요세프 호프만이 스토클레 저택의 식당을 장식하기 위해 클림트에게 의뢰한 것으로, 클림트는 그의 재정 후원 덕분에 자개, 유리, 산호, 보석 등 비싼 재료를 사용해 화려하게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현재는 오스트리아 응용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구스타브 클림트 <생명의 나무 The Tree of Life> oil on canvas 192x102cm 1909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이렇게 직접적인 작품에 대한 언급 이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예술적인 분위기가 도드라지는데요. 미니어처로 만든 세트장, 어색할 정도로 정면에서 찍는 구도, 강렬한 원색의 색감 등 영화의 스토리 이외에 시각적 요소들에 집중하시면서 다시 한 번 영화를 감상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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