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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rgundy Sep 08. 2020

[영화]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와 틴토레토


오늘은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Everyone Says I Love You)>(1996)에 등장한 틴토레토의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Crucifixion)>(1565)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디 앨런 감독의 미술과 음악(재즈)에 관한 관심은 여러 영화를 통해 표출되고 있는데요, 일전에 2011년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도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는 뮤지컬 영화로, 미국의 뉴욕과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영화의 배경입니다. 드류 베리모어, 에드워드 노튼, 나탈리 포트만, 줄리아 로버츠 등 유명 배우들의 리즈 시절(?) 모습을 볼 수 있어 즐거움을 더합니다. 이 영화는 아빠의 친구와 재혼한 엄마, 실연당하면 와서 하소연하는 아빠, 전과자와 사랑에 빠진 언니, 한 남자에게 반한 이복 자매까지, 한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빠인 조(우디 알렌)은 딸 디제이(나타샤 리온)과 함께 베네치아에 여행을 가고, 그곳에서 만난 유부녀 폰(줄리아 로버츠)에게 한 눈에 반하게 됩니다. 우연을 가장해서 폰을 다시 만나는 조는 폰이 좋아하는 화가 틴토레토에 관해서 미리 공부해간 대로 이야기를 나누어요.


틴토레토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 Oil on Canvas 536x1224cm 1565


틴토레토(Tintoretto, 1519~1594)의 본명은 야코포 로부스티(Jacopo Robusti)입니다. 별칭 틴토레토는 그의 아버지의 직업인 염색공(틴토레, tintore)에서 가져온 것으로, 어린 염색공 이라는 뜻이랍니다. 그는 자신의 출신 배경을 숨기기보다는 당당하게 밝히는 쪽에 더 가까웠어요. 오늘 소개드릴 작품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은 스쿠올라 그란데 디 산 로코(Scuola Grande di San Rocco, Venice)에 원래 상태 그대로 아직까지도 보존되어 있어요. 스쿠올라는 13세기 시작된 베네치아 특유의 문화예요. 스쿠올라 그란데 디 산 로코는 1478년 창설된 성 로코를 수호 성인으로 하는 조직으로, 수호 성인과 관련된 미술작품으로 회관을 장식해 주요한 미술 후원자가 되었어요. 신앙심이 깊은 평민들로 구성된 스쿠올라는 군주나 귀족과는 다른 취향의 미술 작품이 있도록 했어요.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 은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어가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 작품에는 예수의 죽음을 전후한 여러 가지의 일들이 한 화면에 담겨 있습니다. 몇몇 사람은 십자가를 세우기 위해 노동을 하고 있고, 예수의 십자가 아래에는 슬퍼하며 울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고, 또 누군가는 예수의 옷을 두고 제비뽑기를 하고 있어요. 예수 뒤편에서는 강렬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그림에 긴장감을 부여하며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냈어요. 작품의 인물들은 좌우, 상하의 대칭을 이루고 있지만, 안정감보다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림 속의 인물들은 에너지로 가득차 있는 자세를 하고 있지요. 틴토레토의 작품은 마무리를 다 하지 않은 듯 신속하고 거친 것이 특징이예요. 그는 자신이 상상한 바를 전달하기만 하면 그림이 완성되었다고 여겼고, 매끈한 마무리에 시간을 쏟지 않았어요.


르네상스 시기의 회화를 말할 때 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1483~1520)가 있었던 피렌체를 주로 다루게 되는데, 16세기에는 베네치아의 티치아노(Tiziano Vecellio, 1488~1576), 틴토레토, 베로네세(Paolo Veronese, Paolo Caliari, 1528~1588)가 있어요. 티치아노는 ‘회화의 군주’라 불릴 정도로 성공을 이룬 궁정 화가였어요. 틴토레토는 티치아노의 작업실에 견습생으로 들어갓지만, 금방 쫓겨났다고 해요. 그러나 이후 틴토레토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발전시키며 나름의 명성이 생겼어요. 티치아노는 자신의 후계자로 베로네세를 지목했어요. 틴토레토가 강렬한 명암 대비, 불안정한 색, 원근법과 단축법을 통해 긴장감 있는 화면을 만들었다면, 베로네세는 티치아노의 영향으로 아름답고 안정적인 구도, 화려한 채색 등으로 베네치아파 대표 화가로 자리매김합니다.


틴토레토는 티치아노가 사용한 아름다운 양식을 따르지 않는 대신, 사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고자 했으며 전설과 신화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꾸준히 탐구했어요. 베네치아 귀족들에게 틴토레토의 그림은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불편한 그림이었지만, 그는 분명 예술의 위대한 혁신가였습니다.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에서 매력적인 여성 폰이 왜 그토록 티치아노를 좋아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시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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