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urgundy Oct 06. 2020

[영화] <베스트오퍼>(2013)와 여성 초상화

오늘은 2013년 소개된 영화 <베스트오퍼(The Best Offer)>에 나온 여성 초상화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영화는 <시네마 천국>(1988)의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작품으로, 영화의 제목 ‘베스트 오퍼’는 경매에서 제시된 최고 금액, 혹은 인생과 맞바꿀만한 최고의 명작을 만났을 때 제시할 수 있는 최고가를 일컬어요. 남자 주인공 버질 올드먼(제프리 러쉬)은 전문감정사보다도 진품을 잘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매사이자 감정사예요. 그는 예술품의 진위 여부는 잘 가려내지만, 사람의 감정을 읽고 또 알아보는 데에는 서툴러요. 영화는 진품과 위조품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철저히 고독한 삶을 살고 있는 올드먼에게 고저택에 은둔한 여인 클레어(실비아 획스)가 감정 의뢰를 합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는 중요한 반전이 있으니 꼭 찾아보지 않은 채로 감상하시길 추천드려요! 


버질 올드먼은 결혼을 한 적도 없고, 누군가를 진지하게 사귀어본 적도 없는, 나이가 지긋한 남자예요. 그의 인생은 오직 예술품 감정과 경매로 가득하죠. 경매에 나온 작품 중 자신이 꼭 가지고 싶은 작품이 있을 때에는 친구인 빌리 휘슬러(도널드 서덜랜드)를 경매에 참여하게 해 자신이 그 작품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올드먼의 집에는 커다란 금고와도 같은 방이 있는데, 그곳에는 그가 지금까지 수집한 수백여 점의 여성의 초상화가 가득 걸려있어요. 수많은 여성 초상화들 중 몇점을 골라서 이야기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로크비의 비너스>, 1647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마담 앵그르의 초상>, 1859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잔느 사마리의 초상)>, 1877


영화 <베스트오퍼>의 버질 올드먼 역시 여성의 초상화를 수집하고 감상하는 것으로 일종의 위안을 얻었던 것 같아요.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 1599~1660)의 <로크비의 비너스(Rokeby Venus)>(1647)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제목을 빌려왔지만, 정형화된 방식이 아닌, 일상적 방식으로 거울을 보는 비너스를 그렸습니다. 거울 옆에 있는 큐피드가 누드의 여성이 비너스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프랑스의 신고전주의 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Jean Auguste Dominique Ingres, 1780~1867)가 그린  <마담 앵그르의 초상(Portrait of Madame Ingres)>(1859)는 여인의 비례나 구도, 색채 등에서 안정적인 특성을 가집니다. 푸른색의 옷은 흰 살결과 대조되어 풍부한 색감을 나타냅니다. 앵그르는 사실적으로 대상을 묘사하기보다 보이기를 바라는 것을 이상적으로 그려냈습니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 Auguste Renoir, 1841~1919)는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로, 색채 표현에 뛰어났습니다. <잔느 사마리의 초상(Portrait of the actress Jeanne Samary)>(1877)은 당시 무명 배우였던 잔느 사마리를 그린 것으로, 녹색 드레스와 핑크빛 배경, 밝은 미소를 보이는 사마리까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가득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인물을 그린 초상화는 예로부터 많이 그려져 왔습니다. 초상화는 사진기의 발명 이전 기록을 위한 목적으로 많이 그려졌어요. 왕족과 귀족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자신의 초상화를 남기고자 했어요. 특히 왕들은 자신의 권위를 표현하고, 국민 계몽을 위한 수단으로 초상화를 활용하기도 했답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제작 비용의 절감과 부르조아의 확장 등으로 더욱 그림의 대상이 평범한 사람으로 확장됩니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것은 남성과 여성을 다루는 방식이 조금은 달랐다는 점입니다. 화가를 비롯한 그림의 감상자가 주로 남성이 많았던 만큼, 모델은 여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게릴라걸스, <여성이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벗어야 하는가?>, 1989


특히 17~18세기에 그려진 여성의 초상의 경우, 의상이나 장신구가 상세하게 묘사된 경우가 많았고, 멍한 시선과 경직된 자세가 특징적으로 나타나요. 초상화 속의 여성은 일종의 정물처럼 아름답게 그려졌던 것이지요. 값비싼 옷이나 장신구는 남편의 사회적 위치와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어요. 1989년 미국의 행동주의 그룹인 게릴라 걸스(Guerilla Girls)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현대미술 섹션에 여성 작가는 5%미만이지만, 누드 작품의 85%는 여성임을 지적하기도 했어요. 이것은 여성이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대상화(objectification)되는 경우가 많음을 드러내는 것이였어요.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며, 각기 다른 개성과 능력을 가진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여성 사이의 권력 관계가 예술을 통해서 드러난 것이지요.  


영화 자체가 가진 반전있는 스토리 라인,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음악뿐만 아니라 버질 올드먼의 여성 초상화를 구경해보실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올드먼의 컬렉션과 함께 초상화에서 다루어진 여성의 모습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한번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와 대천사 미카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