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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rgundy Oct 15. 2020

[영화] <꼬마유령 캐스퍼>(1995)와 가우디


오늘은 애니메이션 <꼬마유령 캐스퍼(Casper)>(1995)에 나온 윕스태프 저택(Whipstaff Manor)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캐스퍼는 윕스태프 저택에 있는 꼬마 유령이예요. 저택 소유주의 딸인 캐리건(케이시 모라이어티)이 이 저택을 상속받고, 저택에 있는 유령을 내쫓기 위해 유령의 정신과 의사인 하비 박사(빌 풀만)과 그의 딸 캣(크리스티나 리치)를 부르죠. 캣과 캐스퍼는 시간을 함께 보내며 우정을 쌓고, 캐스퍼의 과거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나가게 됩니다. 캐스퍼의 아버지는 캐스퍼를 되살리기 위해 부활 기계를 만들어 낸 발명가였어요. 이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는 윕스태프 저택은 오랜 시간 동안 비어있었고, 유령들이 모여서 살고 있어 으스스한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는데요. 이 저택의 형태에 영감을 준 것은 바로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의 ‘카사 바트요(Casa Batlló, 1904~6)’입니다. 오늘은 이 독특한 건축물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보셨다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혹은 구엘성당 등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물을 한 번쯤은 보셨을 거예요. 가우디는 20세기 독창적인 근대 건축을 창조한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의 건축물 중 7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답니다. 그의 건축물의 특징은 유기적인 곡선을 많이 이용한다는 것과 도자기 타일을 모자이크 해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곡선의 리듬은 스페인의 전통춤인 플라멩코(flamenco)와 닮아있습니다. 



카사 바트요는 바트요 가문의 집이라는 뜻으로, 1877년 지어진 그라시아 거리의 건물을 산 뒤, 가우디에게 재건축을 의뢰했습니다. 예산과 공사시간을 감안해 가우디는 재건축이 아닌 내외부 리모델링을 1년 6개월 동안 진행했어요. 카사 바트요가 있는 그라시아 거리는 고급 상권거리로, 명품 숍이 즐비하며, 관광객들로 항상 붐빈다고 해요. 이 집의 또 다른 이름은, ‘카사 델 오소스(Casa del ossos)’로, 직역하면 ‘뼈의 집’이예요. 뼈나 내장과 같은 인체의 부분을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구조 때문입니다. 마치 32m 높이의 외관은 색색의 유리와 모자이크 타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요. 지붕재는 용 혹은 공룡의 비늘모양, 발코니는 해골 모양을 하고 있고, 2층 창문의 윗라인은 박쥐의 형상을 닮았어요. 건물은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표현되어 생동감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옥상에는 수많은 환기구가 있습니다. 안에서 그것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빛이 스며들어옵니다. 건물 구석구석 공기가 잘 순환되기를 원했고, 안뜰을 만들었습니다.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어요. 큰 채광창을 통해 빛이 건물 각 층에 골고루 닿도록 했어요. 실내에는 거대한 동물의 척추뼈를 연상시키는 계단 난간이 있습니다. 이것을 따라 올라가면,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실내 장식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응접실의 발코니는 둥근 형태로 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채워져 있습니다. 푸른빛이 도는 창의 문양은 조개의 형태를 닮았으며, 천장의 조명은 태양의 모양, 소용돌이 치는 바다의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건물의 안과 밖, 위와 아래가 자연스럽게 다 어우러지며, 푸른 지중해의 색이 전체를 감쌉니다. 


<꼬마유령 캐스퍼>는 ‘유령’을 주인공으로, 사후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과감하게 펼쳐냅니다. 더 나아가 발명가인 아버지가 만든 ‘부활 기계’를 통해 하비 박사가 되살아나기도 하고요, 하비 박사의 죽은 아내와 조우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유령과 인간의 우정이라는 설정 역시 독특하죠. 이러한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적합한 저택으로, 가우디의 건축물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을 것 같아요. 가우디의 건축물의 의미를 생각해보시면서, <꼬마유령 캐스퍼>를 다시 한 번 감상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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