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urgundy Jul 10. 2020

[영화] <모나리자 스마일>(2003)과 잭슨 폴록



<모나리자 스마일>이라는 영화 들어보셨나요? 만약 들어본 기억이 없으시다면, 영화의 제목에 나오는  <모나리자>는 들어보셨겠지요?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1503년 작품으로,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면 볼 수 있는 작품이지요. 방탄 유리로 보호되어 있는 <모나리자> 작품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작품 제목의 어원을 살펴보면, 모나(Mona)는 이탈리아어로 유부녀 이름 앞에 붙이는 경칭이고, 리자(Lisa)는 초상화의 모델이 된 여인의 이름이라, ‘리자 여사’라는 뜻을 갖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주문을 받아 작품 제작을 시작했지만, 주문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게 되면서 자기 자신을 위해 뒤늦게 그림을 마무리하였다고 해요. 그러면서 르네상스 시대에 흔히 사용하지 않았던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답니다. <모나리자>는 눈썹이 그려져 있지 않고, 오묘한 미소를 띄고 있어 한층 더 신비로운 그림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제목이 왜 <모나리자 스마일>일지 궁금하시죠?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면서 좀 더 살펴볼까요?


영화는 1953년 가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주인공 캐서린 왓슨(줄리아 로버츠)은 미국 서부의 서민 출신 가정에서 자라나 뛰어난 실력을 갖춘, 미술사 박사 과정을 마친 여성입니다. UCLA에서 공부를 마친 캐서린은 미국 동부의 매우 보수적인 여자 대학인 웰슬리 대학(Wellesley College)에서 미술사 강의를 맡게 됩니다. 첫 수업에서부터 학생들은 강의계획안에 있는 참고문헌을 모두 읽고 준비된 자세로 수업에 임하고 가르칠 게 없을 정도로 성실한 모습을 보입니다.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어떤 종류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고민하던 캐서린은 두 번째 수업에서 1950년대 당대의 미술 작품 슬라이드를 가지고 옵니다. 예술이란 무엇이며,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이고 어떤 작품이 나쁜 작품인지, 또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누구인지 등 교재에서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을 학생들에게 던지죠.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 순응하며 졸업 전에 결혼을 하는 베티 워렌(커스틴 던스트), 학생회장에 성적도 뛰어난 조안 브래드윈(줄리아 스타일스), 성적으로 자유분방하고 편견없이 사람들을 대하는 지젤 레비(매기 질렌할), 자존감이 조금은 떨어지지만 사랑받고 또 사랑하고 싶은 코니 베이커(지니퍼 굿윈) 등 캐서린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성향은 모두 각양각색입니다. 분명 1950년대 이전에는 여성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조차 꿈꿀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이상을 품고 웰슬리 온 캐서린에게 이곳은 여전히 결혼 준비와 신부 수업, 전통적인 여성에게 기대되는 역할에 충실할 것(가정을 지키고, 전통을 계승할 아기를 낳는 것)을 강요하는 답답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캐서린은 학생들과 함께 창고와 같은 큰 스튜디오를 방문합니다. 그 곳에서 학생들은  잭슨 폴록의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잭슨 폴록은 캔버스를 이젤 위에 얹어놓지 않고 바닥에 내려놓은 채로 제작합니다. 또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밑그림을 그려 화면을 구성하지 않고, 페인트 통에서 물감을 그대로 가져다가 붓과 나무 막대 등으로 밑칠이 되지 않은 캔버스 천 위에 마구잡이로 ‘흩뿌린(dripping)’ 형태의 추상 회화를 그립니다. 화면은 전면이 균일한 의미를 갖고, 어느 부분도 특별히 더 중요하지도, 덜 중요하지도 않은, 동등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이 같은 작품을 올오버 페인팅(All-over Painting), 전면 회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는 무엇이 그려졌는지 보다도, 물감을 뿌리는 행위와 과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이라고도 하죠. 뿐만 아니라 에나멜 페인트나 라커, 모래 등 기존에 미술작품을 제작할 때 쓰지 않던 공업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내용적, 기법적, 태도적 측면에서 기존 미술사에서 다루어져 왔던 작품의 흐름에서 벗어나는 대담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왼쪽부터  잭슨 폴록 <가을 리듬 Autumn Rhythm Number 30> Enamel on canvas 266.7x52, 작품 제작 중인 잭슨 폴록


그의 작품을 비롯한 당대 작품들의 경향을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이 용어는 ‘형식은 추상적이지만 내용은 표현적’이라고 언급한 미술평론가 알프레드 바(Alfred Barr)의 말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추상미술과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표현주의적 경향이 결합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세계 이차대전 발발 이후 많은 미술가들이 프랑스에서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미국의 문화적 표현의 독창성을 강조할 필요가 생겨났습니다. 추상표현주의는 전쟁 발발 이전 유럽의 현대미술에서 등장한 여러 경향을 종합해 미국 현대미술의 독자성을 성취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의 크기도 매우 커지면서 대륙의 스케일을 과시하듯 보여주는 듯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잭슨 폴록의 미술사적 중요성을 생각해본다면, 웰슬리와 같은 보수적인 학교에서 캐서린 왓슨의 급진적인 사상이나 태도가 잭슨 폴록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답니다. 


마치 모나리자의 웃음과 같이 다른 사람 눈에는 행복해보일지 모르지만, 그 속은 알 수 없는, 상황들이 영화 후반부에 펼쳐집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 진실은 아니라”는 대사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강사와 학생 사이의 교감과 갈등, 그리고 성장 스토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1990)의 여자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사회에서 기대되는 것, 전통, 규범에서 자유롭게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여학생들의  성장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