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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rgundy Dec 16. 2020

[공공미술] 쿠사마 야요이와 <호박>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1929~)는 일본의 현대미술가로, 유기적으로 이어진 망(net)과 점(dot)을 작품의 주 모티프로 활용하여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는 1929년 일본 나가노현 마츠모토시에서 태어나, 1947년 교토시립예술학교에 입학했으며, 1952년 첫 개인전을 개최했습니다. 1957년에는 뉴욕으로 이주하여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에서 영감을 받았고, 1960년대 팝아트를 비롯한 뉴욕의 아방가르드 씬의 주역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녀의 ‘땡땡이’ 패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사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요. 쿠사마는 4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으며, 10살 무렵부터 착란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쟁 상황 속에서 보낸 어린 시절, 그녀의 어머니는 발작 증세를 보이던 쿠사마를 이해하기는 커녕 체벌하였고, 아버지는 집을 나갔습니다. 쿠사마는 어느 날 집안에 있는 꽃무늬 식탁보를 보고 난 뒤, 눈에 남은 잔상이 온 집안에 보이는 경험을 했어요. 이는 둥근 물방울 무늬(Polka Dots)로 변형되어 작업의 중요한 소재가 됩니다. 1952년 나가노대학의 정신 의학 교수인 니시마루 시호박사를 통해 자신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고 증식시키는 그녀의 작품은 어린 시절 겪었던 학대와 망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도 해요. 


1966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쿠사마 야요이


1966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초대받지는 못했던 쿠사마는, 초대받지 못한 것에 대한 일종의 반발로 물방울 작업 1500여 개를 만들어 비엔날레 전시장 근처 잔디밭에 깔아놓고 개당 2달러에 판매한 바 있어요. 그녀의 이런 행동은 베니스비엔날레라는 시스템을 공격하는 제스쳐로 읽히기도 했지요. 자신의 이름이 적힌 물방울들은 그렇게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하였으며, 1993년에는 일본의 대표작가로 공식적 초청을 받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전시하기도 했어요.  


쿠사마 야요이가 자주 활용하는 또 다른 모티프로는 호박이 있습니다. 2015년 한 인터뷰를 통해서 호박을 사랑하는 이유에 관해 이렇게 밝힌 바 있어요. “유머러스한 형태, 따뜻한 느낌 때문에 호박을 사랑합니다.” 이에 덧붙여 호박 작품을 계속 제작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어요. 그녀는 1977년부터 현재까지 도쿄의 한 정신병원에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지속하고 있어요. 강박증과 환각 증세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무한히 확산되어 나가는 패턴으로 그녀만의 세계를 펼쳐보이고 있답니다.   


인천 파라다이스호텔 로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설치된 <호박>


한국에서 그녀의 작품을 여러 곳에서 보실 수 있는데요. 인천의 파라다이스호텔 로비에도 있고,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도 있고, 제주 본태박물관에도 그녀의 작품이 영구 설치되어 있어요. 기회가 되신다면 직접 쿠사마의 작품을 관람하러 가 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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