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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리치 Sep 28. 2018

누군가를 욕했던 시간의 진짜 의미

시간부자 102화


살면서 한 번쯤 누군가에 대해 심하게 욕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대상들을 한 번 떠올려보자.


나를 괴롭히는 선배...

버릇없는 후배...

무서웠던 학교 선생님...

꼰대질에 빠진 어른...

놀고 먹는 금수저...

이기적인 친구...

내게 상처되는 말을 하는 사람...

불친절한 가게 직원...


욕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쇼미더머니 프로를 잠깐 얘기하고자 한다. 시즌 7 첫화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한 참가자가 심사위원으로 나온 스윙스 앞에서 오디션을 봤다. 명확한 사연을 알 순 없었지만 그 참가자는 수년전 스윙스를 공개적으로 욕한 이력이 있었다. 그래서 둘의 대면은 시각적으로 꽤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그런데 욕을 했던 참가자는 약자의 모습처럼 떳떳하지 못한 표정과 언행을 보였고, 욕을 들었던 스윙스는 강자의 모습처럼 태연하게 그의 모습을 바라봤다. 참가자는 아무렇지 않은 척 사과를 했지만 마음속의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그것을 본 스윙스는 더이상 그를 비난할 이유가 없었다. 이미 완벽한 승자의 위치였기 때문이다. 그저 여유있게 사과를 받아들였다.


[시간부자 24화 - 나를 속이는 시간] 편에서 친구들과 했던 미팅의 일화를 얘기한 적이 있다. 친구의 파트너는 수려한 외모에 자기 주장이 확고한 매력 넘치는 여성이었다. 친구는 나름 최선을 다해 그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녀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 도도함에 친구는 결국 포기를 했다. 그리고 이후부터 친구는 ‘원래 내스타일이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얼굴이 이상하다’ ‘성격이 괴팍하다’ 며 그녀를 욕하기 시작했다. 친구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동조하며 들어주었지만 들으면 들을 수록 안타까웠던 건 그녀가 아닌 친구였다.



-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


직장 생활의 꽃 중 하나는 바로 뒷담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사가 주로 그 대상이 된다. 동료 중엔 나대는 사람, 잘난 척하는 사람, 줄서기에 혈안이 된 사람들이 주된 고객이다. 말한마디 안지고 끝까지 대답하는 건방진 후배도 역시 속한다. 뒷담화 욕을 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대상이 대체로 일치한다. 그래서 단합하는데 효과가 최고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대상들의 공통점이 있다. 사회성이 떨어지고 이기적이고 인성이 덜 됐다고 우리는 얘기하지만, 그들은 나보다 직위가 높거나 나의 자리를 위협하는 동료나 후배라는 점이다.



- '김제동의 톡투유' 중 -


* 욕

: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누군가에 대한 불평 불만이 극에 달했을 때 욕으로 표현 된다. 그 불평은 분명 상대가 했던 행동에서 비롯된다. 이때 상황에 따라 비난의 대상이 달라진다. 행동 자체만 비난을 하는 경우가 있고, 행동과 더불어 상대의 인격까지 비난을 하는 경우도 있다. 후자가 바로 욕에 해당한다.


상대의 인격까지 비난을 하는 주된 이유가 뭘까?


욕하는 순간을 상상해보자. 당신에게 두명의 후배 A와 B가 있다. 둘다 한참이나 어리다. A는 동기들에 비해 뒤쳐지는 편이며 말을 버벅이고 일처리 능력도 떨어진다. 대체로 안쓰럽다는 평이 많다. B는 동기들보다 뛰어나고 말이 똑부러지며 일처리 능력도 뛰어나다. 대체로 엑설런트하다는 평이 많다. 그 둘이 똑같이 당신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반복한다. 그래서 당신은 친구들과 그 두명의 후배에 대해 비난을 할 예정이다. 이때 둘에 대한 비난의 내용이 과연 같을까? 당신이 욕했던 지난 과거를 떠올려 본다면 A를 향했던 비난은 행동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가능성이 높고 B를 향했던 비난은 행동과 더불어 인격까지 모독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A의 인격을 비난하지 않았던 것은 굳이 인격까지 비난해야 하는 수고의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A를 깎아내리지 않아도 어차피 당신보다 밑이기 때문이다. 'A는 원래 그런 애야'라고 인지된 순간 더이상 비난할 이유는 없어진다. 때로는 분노보다 연민의 감정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B의 경우는 다르다. 인격에 대한 비난이 필수다. 그렇게 해야 하는 수고의 필용성이 넘친다. B는 당신의 자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거나 그럴 조짐이 보이는 언행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깎아 내려야 한다. 당신의 온 힘을 다해서 무너 뜨려야 한다.


B가 당신보다 밑이라는 확신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B는 당신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간파 당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것은 불안함을 초래한다. 불안함은 이성 밖의 영역이다. 이성의 지배에서 벗어나면 사람의 언행은 과격해진다. 그것이 욕이다.


나를 괴롭히는 선배...

버릇없는 후배...

무서웠던 학교 선생님...

꼰대질에 빠진 어른...

놀고 먹는 금수저...

이기적인 친구...

내게 상처되는 말을 하는 사람...

불친절한 가게 직원...


이들의 공통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나를 무시하고 있다' 이다. 실제로 나를 무시했는지는 모른다. 확실한 것은 내가 그들에게서 무시당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나를 무시하는 상대가 강자일 수록 그 느낌은 더욱 강렬해진다. 반대로 상대가 약자라면 그 느낌은 약해진다. 상대가 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의 위치라고 생각한다면 상대가 나를 무시할 수록 '상대가 안쓰러워진다.'


누군가를 욕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을 깍아내려야 하는 필요성을 느낀다는 뜻이다. 그만큼 상대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에게 위협적일 만큼 말이다.


상대에게 무시를 받았다는 것은 나의 약점을 들켰다는 뜻이다. 이때 상대를 향해 분노가 폭발하고 비난을 퍼붓겠지만 그 곳엔 나의 약점을 감추려는 의도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 상대를 향한 분노이지만 내 약점에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하다.


즉, 욕을 한다는 것은 내가 상대보다 약자임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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