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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리치 Dec 02. 2018

'당연히 그렇죠'라고 대답했던 시간

시간부자 127화

'당연히 ~하죠'는 어떤 말일까?



"그 일 스트레스 많이 받지 않으세요?"

"당연히 많이 받죠."


"그런 말 들으면 기분 나쁘죠?"

"당연히 기분 나쁘죠."


"식사 거르고 일하시면 너무 힘들지 않으세요?"

"당연히 힘들죠."


"그렇게 많이 마시면 다음날 지장있지 않으세요?"

"당연히 지장있죠."


"퇴근길에 차막히면 졸리지 않으세요?"

"당연히 졸리죠."


"월급받는 날은 기분 좋죠?"

"당연히 좋죠"


"이성에게 답장할 때 설레죠?"

"당연히 설레죠."



'당연히 ~하죠.' 말 뒤에 어울리는 표현은 뭐가 있을까? 




"식사 거르고 일하시면 너무 힘들지 않으세요?"

1. 당연히 힘들죠. 말도 마세요.

2. 당연히 힘들죠. 그걸 질문이라고 하세요?

3. 당연히 힘들죠. 얼마나 배고픈데요.

4. 당연히 힘들죠. 쓰러질 것 같아요.



1~2번과 3~4번은 표현의 목적이 다르다. 3~4번은 그냥 자신의 감정을 얘기한 것인 반면에, 1~2번에는 왜 이렇게 당연한 걸 묻냐고 상대를 탓하는 부정적 감정이 살짝 들어가 있다. 물론 질문 자체가 부정적 느낌을 물어보는 것이기에 그러할 가능성 또한 있다. 그럼 긍정적 느낌을 물어보는 질문의 경우를 살펴보자.



"월급받는 날은 기분 좋죠?"

1. 당연히 좋죠.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2. 당연히 좋죠. 두말하면 잔소리죠.

3. 당연히 좋죠. 얼마나 행복한데요.

4. 당연히 좋죠. 그날만 기다리는데요.


질문의 종류와 상관없이 3~4번은 그저 자신의 감정을 얘기하고 있으며, 1~2번은 그런 걸 묻다니 참 답답하다는 듯 상대에게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연히 ~하죠'를 습관적으로 쓰는 사람들이 종종있다. 1~2번처럼 답답함을 토로하는 심정으로 썼을 수도 있고, 3~4번처럼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생각표현 앞에 붙임말로 썼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화자들은 3~4번의 목적으로 썼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청자의 입장이다. 상대가 1~2번으로 썼는지, 3~4번으로 썼는지 알 방법이 없다. 표현의 의도가 애매해지면 받아들이는 사람의 느낌도 애매해진다. 그래서 이후에 뭐라고 대꾸해야할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아무 거리낌없이 '당연히 ~하죠'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청자를 유쾌하게 해주는 표현은 절대 아니다.




"식사 거르고 일하시면 너무 힘들지 않으세요?"

A. 당연히 힘들죠. 

B. 그럼요. 정말 힘들어요.



A와 B중 상대의 질문에 동조하는 표현은 B이며,  A는 상대를 고려한 표현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당연히 ~하죠'는 매우 자기 중심적인 표현이다.


그런데 이 자기 중심적인 표현이 상대를 유쾌하게 해줄 수 있는 딱 한 순간이 있다. 바로 상대가 부탁을 할 때이다.



"혹시 이번에 와주실 수 있으세요?"


"당연히 갈 수 있죠."


상대의 조건이나 환경따위 고려하지 않고 상대의 반응에 개의치 않으며, 자기 생각대로 자기 중심적으로 쓰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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