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임리치 Dec 23. 2018

부자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 (#3)

시간부자 133화

패딩을 사기 위해 아울렛으로 향했다. 원래 사고 싶었던 브랜드의 옷이 있어서 해당 매장으로 바로 향했다. 그런데 막상 직접 눈으로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별로였다. 다른 브랜드의 매장으로 눈이 갔다. 꽤 괜찮은 디자인의 옷들이 보였다. 이리 저리 둘러보다보니 모든 매장에 있는 패딩의 형태와 디자인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곧 모든 곳을 다 둘러보아야만 괜찮은 제품을 괜찮은 가격에 살 수 있음을 뜻했다.


꽤 오랜 시간에 걸쳐 나는 3개 정도의 후보를 골라냈고 그 중에서 비교해 결정해야하는 상황에 다다렀다. 그런데 순간 아울렛이 아닌 백화점에 입점해있는 브랜드들의 패딩은 어떨까 무척 궁금해졌다. 큰 맘 먹고 사는 것이니 만큼 다양하게 보고나서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5분거리에 있는 백화점으로 향했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매우 이쁜 패딩 한개가 눈에 띄었다. 가격을 보고 순간 멈칫했다. 아울렛 매장의 옷들보다 3배이상 비싼 것이었다. 차마 입어볼 수가 없었다. 만약에 그 옷을 입고 나서 그 옷이 맘에 든다면 비싸서 살 수도 없을 뿐더러, 후보로 뽑아 놓았던 옷들마저 성에 안찰 것 같은 상황이 두려워서였다. 그래서였을까... 이후부터 백화점 안의 옷들을 적극적으로 보는 것이 힘들어졌다. 아무리 이뻐도 어차피 비싸서 살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충 둘러보는 와중에도 비싸지만 마음에 드는 옷들은 계속해서 눈에 띄었다. 안타까울 뿐이었다. 나는 무거운 마음을 뒤로 한채 다시 아울렛으로 향했다. 


3개의 후보군 중 하나를 최종 결정한 후 해당 매장으로 가서 다시 입어보았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백화점 옷들보다 뒤떨어진다는 느낌도 없었다.  


'그래! 잘샀다. 돌아다닌 보람이 있네. 백화점 옷도 3배 이상 되는 돈을 주고 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름 뿌듯했다. 계산을 하고 시계를 보니 쇼핑을 시작한 지 대략 5시간이 지나있었다. 쉬지 않고 집중해서 계속 이곳 저곳 돌아다녀서였는지 갑자기 피곤함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집으로 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몸이 나른해졌다. 아무일도 하지 못했다. 그저 휴식만을 취할 뿐이었다. 그런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백화점으로 가서 눈에 띄었던 그 3배이상 비쌌던 브랜드의 옷을 바로 샀다면 어땠을까?'


백화점에서 사는 것이 호구였을까...

패딩은 거기서 거기일까...

브랜드 값에 자리값이 만든 거품일 뿐일까...

온전히 조명빨이었을까...



가격이 비싼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내가 산 옷을 A, 백화점에서 눈에 띄었던 그 옷을 B라고 해보자. 이름값, 자릿세, 재료의 질, 인건비 차이, 연구개발비, 관세 등 수많은 요인들이 B의 가격을 올렸겠지만, 구성된 재료의 질만을 고려한다면 A와 B의 실제 원가 차이가 3배 이상 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구성 재료의 등급만 본다면 비슷한 가격대일 수도 있다. 


만약 정말로 재료값이 비슷하다고 한다면 효용대비 가격만을 고려했을 때 B를 구매하는 것은 분명 호구짓이다. 그런데 3배 이상의 가격을 주고 사더라도 나의 경제 상태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정도로 나에게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그래도 호구짓일까? 그저 사치일까?


A로 결정하기 까지 수많은 매장을 돌아다니고, 가격 비교를 하고, 디자인과 기능성을 고려하고, 다른 건물로 옮겨서 찾아보기도 하고 수많은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B는 한 눈에 마음에 들어왔다. 다른 과정이 필요없었다. 이 상황에서 B를 산다고 했을 때 B가 실질적으로 A보다 가격 거품이 심하게 끼어 3배 이상이 난다 할지라도 그에 상응하는 또 하나의 가치를 얻게 된다.


바로 시간이다. 돈으로 시간을 산 것이다.


가격 비교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가격 비교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과 같다. 나는 A를 사기 위해 300분이라는 시간과 발품을 팔아야 하는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로 인해 체력의 고갈이 왔고 결국 집에서 아무일도 하지 못한 채 반나절의 시간을 그대로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백화점에서 아무런 고민없이 B를 샀다면 단 10분안에 끝냈을 일을 말이다.


물론 쇼핑의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나와 같이 가격 비교를 하고, 제품의 질을 비교하고, 디자인을 비교하고, 할인 프로모션을 비교해서 가격대비 효용을 극대화 하기 위해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 우선 순위인 사람, 시간보다 돈이 우선 순위가 되는 사람에게는 관점의 전환이 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고작 반나절의 시간을 더 얻고자 A보다 3배 비싼 가격을 주는 것이 과연 의미있는 일일까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돈보다 시간이 우선시 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다. 돈은 더 벌 수 있지만 시간은 한정되어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바로 부자라고 한다.




부자는 고가의 명품을 산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실제로 그들은 또 하나의 가치를 함께 산다. 가격에 구애받지 않게 되는 순간 돈을 지불한 만큼 시간을 얻게 되는 것이다.


부자는 항상 시간을 산다. 그 시간으로 더 다양한 경험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시간을 늘릴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time_rich_pnj/


네이버포스트                

http://naver.me/Fr1zxehp


매거진의 이전글 롤모델을 만나려 했던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