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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리치 Dec 26. 2018

권태기의 시간에서 벗어나는 아주 단순한 방법

시간부자 134화

아내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티비를 본다. 서로 깔깔대며 웃는다. 티비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는 스마트폰을 본다. 그 사이 아내는 부엌으로 가서 그릇을 정리한다. 한참후에 아내를 다시 보니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집안일을 하고 있다. 아내는 내옆에서 언제나 그렇게 하던 일을 하고 있다.


늘상 보아오던 아내의 모습...

너무도 익숙한 아내의 모습...

눈 감고도 보이는 아내의 모습...

그래서 전혀 새롭지 않은 아내의 모습...

더이상 설레지 않는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아내라는 존재...


연애 당시와 바뀐 것은 분명 하나도 없는데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느낌은 왜 달라진걸까? 책을 보니 이런 문구가 나온다.


상대는 변하지 않았어요. 변한 것은 나 자신이에요.


정말로 내가 변한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나도 아내도 우리의 관계도 딱히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러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떠올려보니 연애하던 시절에는 아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좋아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너무도 중요했다. 그 마음 하나에 하루가 행복하고 설렜으니 말이다. 상대의 마음을 재차 확인하는 과정이 연애 과정의 99%를 차지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서로가 사랑을 확인 후에 결혼을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더이상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 서로 사랑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당연하고 익숙한 존재가 된 아내에 대해 무뎌지면서 마음을 확인할 필요를 더이상 못느끼는 걸까? 아니면 마음을 확인하지 않다보니 무뎌진 걸까? 무엇이 먼저였을까?


어느날 아내 옆에 앉아 아무 이유없이 그녀의 눈을 바라본 적이 있다. 아무 말없이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내도 무언가를 느꼈는지 나의 눈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생겼다. 서로 말하지 않고 있는데 서로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의 기분이...진심이...마음이 보였다. 그러자 설레기 시작했다. 기분이 묘했다. 왜 그랬을까?? 눈을 바라본다는 것은 단지 사람의 부위 하나를 보는 것뿐인데 말이다. 그러나 눈을 본다는 것은 사실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상대의 눈을 지긋이 오랫동안 바라보면 상대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내의 눈을 계속해서 바라보니 아내의 마음이 보였다. 아내 또한 그랬던 것 같다. 그날 우리는 결혼 후에 처음으로 알 수 없는 정서적 교감을 느끼게 됐다. 아내는 그뒤로 틈만나면 눈을 바라보자며 조르곤 한다.


- 영화 '6년째 연애중' -


* 권태       

[명사] : 어떤 일이나 상태에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           


반복되는 애인의 모습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전혀 새롭지 않고 어느 순간 지루함을 느끼며, 거기서 좀 더 진행하면 이게 사랑인건지 아닌지 헷갈려하는 순간이 오곤 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권태기를 벗어나는 중요한 방법으로 여겨진다. 그것은 새로운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형의 모습으로 새로운 변형을 주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 어떤 연예인도 365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진 못한다. 하물며 일반인인 애인에게 그것을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365일 매일 변하면서 새로운...그래서 자기 자신조차 적응이 잘 되지 않는 그러한 신체 부위가 사람에겐 하나있다.


바로 내면의 모습...마음이다.


마음에는 형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해져 있지 않다. 누구도 알지 못한다. 자기 자신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 마음을 보는 행위는 매우 재밌고 매력적이며 설렌다.


연애가 설레는 주된 이유중 하나는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의 마음과 같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감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곧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런데 상대의 마음을 확인 후 상대를 믿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상대에 대한 관심사가 내면에서 외면으로 바뀌어 간다.


사람은 반복되는 자극에 무뎌지도록 만들어졌다. 주된 관심사가 된 외면은 아무리 매력적이라 할지라도 늘 같은 모습이기에 결국 무뎌질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권태기에 빠지게 된다. 이것을 바꿔서 얘기하면, 권태기에 빠져가고 있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보지 않는 것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있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권태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늘 같은 외형만을 보여주는 상대 때문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운 상대의 마음을 더이상 보려하지 않는 나의 태도 때문이 아닐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권태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의 모습에 무뎌짐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의 새로운 모습을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상대의 마음은 형태가 없어서 언제나 새롭다. 그렇다면 권태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의 마음을 보려 노력하는 것이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일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무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다. 단 5분일지라도 충분하다.


아마 매일이 새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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