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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리치 Jun 23. 2018

30화 - 신용카드가 사라진 후의 시간 (경험#1)

타임리치


                                                                                                                                             

신용카드를 제거한 지 4개월차에 접어 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변화들이 나타난 듯 하다.

첫번째는 한달간의 예산을 편성하는데 상당히 간편해졌다. 신용카드를 쓰면 신용카드로 지불된 돈은 한달 뒤에 빠져나가기 때문에 다음달 월급으로 계산을 고려해야하는 문제가 늘 머리아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있는 돈만 쓰면 된다.

두번째는 철두철미하게 지출 계획을 잡게 됐다. 있는 돈만으로 써야하기 때문에 좀 더 집중력있게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고정지출로 나가는 돈
반드시 써야 하는 돈
지출에 고민이 되는 돈
굳이 써야 되나 생각이 드는 돈
저축을 위한 돈
비상금

으로 카테고리를 나누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이것은 결국 과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세번째는 코스트코에서 장보는게 부담이 없어졌다. 이건 그냥 성향의 문제이기도 한데, 신용카드로만 지출하던 당시에는 전달에 썼던 신용카드 내역이 월급에서 다 빠져나갔기 때문에 현금이 풍족하지가 않아 코스트코에 가는게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비단 코스트코 뿐 아니라 현금으로 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은 늘 껄끄러웠던 것 같다. 물론 신용카드를 받는 다른 창고형 매장으로 가면 해결될 일이긴 했으나, 아무튼 코스트코를 선호하던 나로서는 그랬다.

네번째는 장을 보러 가면 장바구니에 담을 때마다 계산하는 습관이 생겼다. 물건들을 카트에 담을 때마다 스마트폰 계산기를 꺼내 계속 값을 더한다. 그리고 계획했던 돈을 넘기면 거기서 쇼핑을 멈춘다. 그리고 불필요하다 생각되는 것은 다시 바구니에서 뺀다. 그러면 항상 쇼핑 예산 계획을 넘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쓰던 당시에는 항상 넘어갔다. 이게 어떻게보면 굉장히 피곤하게 사는 것 같다고 보일 수도 있지만,

습관이 되니 오히려 더 편하다.

마지막으로 마음이 편해졌다. 신용카드 결제가 많았던 달은 항상 다음달 월급까지 신경이 쓰였다. 늘 마음속에 짐처럼 자리잡았다. 이제는 그런 게 없어졌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다.

매달 대출을 받아 빚으로 지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데 부담으로 느끼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문제일 것이다.

현금으로 살다보면 아무리 계획적으로 예비지출 항목들을 잘 분류한다 하더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서 가끔 월급 이틀 정도를 남겨두고 지출로 남겨둔 돈이 1~2만원 정도만 남을 때도 있다. 밥 한끼에 5~6천원은 그냥 넘어가는걸 생각하면 저축이나 비상금 카테고리에서 돈을 추가로 가져와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학생들이 가는 분식집에서 아내와 함께 저녁을 해결한다.

그렇게까지 궁상맞게 살아야겠냐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분식집은 학생들이 밥을 먹기 위해 항상 찾는 곳이다.  

어른인 내가 한참 성장기인 학생들보다 비싼 밥을 꼭 먹어야 하는 이유부터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계획을 세워 하루하루를 사는 습관을 기르다 보니...

가끔 예산이 계획과 맞지 않더라도 나의 몸이 예산이 아닌 계획에 맞추려는 성향을 보인다는 걸 알았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란 것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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