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임리치 Jul 15. 2018

54화 - 당신은 여행을 하는 시간이 행복한가

타임리치

언제부턴가 티비에서 '여행'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부쩍 늘었다.


고가의 유럽 여행은 너무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되었고, 예능에서는 누구의 여행이 더 좋은지 경쟁을 하기도 한다. 이제는 연휴가 되면 뉴스에서 역대 최다 여행객이 공항에 몰렸다는 내용이 나올 거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걸 보면 분명 사람들은 '여행'에 점점 더 매력을 느껴가는 듯 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묻고 싶다.


당신은 정말로 여행을 하는 시간이 행복한가


아니...단도 직입적으로


당신은 여행을 좋아하긴 하는가


아무래도 근본적인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다.





책 '관찰의 힘'을 보면 태국 소녀들의 치아교정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교정기의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태국 소녀들 사이에서는 치아 교정기가 부의 상징이 됐다. 그 틈새 시장을 공략해 가짜 치아 교정기 자판기가 생겨났다. 치아에 문제가 없어도 소녀들은 자판기에서 가짜 교정기를 싸게 구입하여 입에 착용하고 다닌다. 교정의 목적이 아닌 부의 상징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사람이고 싶어한다. 부가 곧 행복이라는 인식이 마음속 깊은 곳에 깔려있다면 그것은 곧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경제적으로 여유를 느끼고 싶어한다. 그러나 쉽게 부자가 될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치면 다른 방법을 찾게 된다.


바로 부자인 척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잠깐동안 부자처럼 돈을 써도 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착각은 불안하다. 그래서 좀 더 용기를 얻기 위해서는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걸 남들에게 인정 받아야 한다.


아니...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여져야 한다.


그렇게 보여줌으로써 남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게 되고 그것은 착각이 지속될 수 있는 힘을 불어 넣어준다.


부자처럼 보일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집과 자동차이다.



출처 : 한국일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의해 전세계의 금리는 내려가기 시작했고 대출의 한도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중고 수입차의 판매량 또한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지난 10년간 한국 사람들의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입차는 대표적인 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흔해져서 부자의 상징이라 하기에 민망하다 할 수준이 되었다. 비싸긴 하지만 누구나 갖고 있는 루이비똥 가방같은 이미지가 됐다.


물질적인 것이 더이상 부를 입증하는 충분요소가 되지 못하면 물질적인 것이 아닌 다른 것으로 나의 부와 행복을 입증할 수 있는 소비 행위를 찾게 된다.


비싸기도 하면서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

나의 여유로운 삶을 보여주는 절대적인 상징이 되는 것..


물질적인 것이 아니면서 이러한 기능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은...


바로 여행이다.


여행의 긍정적인 측면들은 다 빼놓고 이야기 해보자.


여행만한 과소비가 있을까


하루 종일 먹고, 하루종일 쇼핑하고, 하루종일 액티비티 즐기고...

소비로 시작해서 소비로 끝나는 과정...


이것은 아무나 쉽게 따라하지도 못한다. 왜냐하면 부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 자유의 시간은 매우 한정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성수기인 연휴 때 비용이 비싸지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가 바로 그렇다.


아주 일상적인 평일에 하던 일을 멈추고 혹은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여행을 떠나는 것 만큼 부러운 게 있을까...

그 부러움의 이면에는 일탈로 인해 만들어진 여유가 아니라, 일탈을 하고 나서 복귀한 이후에도 나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여유 및 자신감이 있다.


더구나 여행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므로 소비한 이후에 수중에 남아있지도 않다. 그저 소비로 끝이 난다.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이 마음속 추억으로만 저장 된다. 여행 자체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마음 속 추억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보물이라 여기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소비해버린 돈과 노력이 있기에 추억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반드시 인증해야 된다.



진정한 부자는 자신의 부를 입증하려 하지 않는다. 이미 부자이니까...


진정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행복을 입증하려 하지 않는다. 이미 행복하니까...


진정한 여행가는 멋진 풍경을 스마트폰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직접 내 두눈으로 보기 위해 그곳으로 간 것이니까...


진정으로 일탈을 시도하는 자는 일탈의 과정을 절대 입증하려 하지 않는다. 남들을 의식하는 순간 이미 일탈이 아닌게 돼버리기 때문에...


여행 중에 유난히 더 외롭다고 느껴본 적은 없는가

여행을 SNS으로 인증하지 않아도 만족스러웠던가

단지 현실 도피를 위해 떠난 것은 아니었는가

공항 면세점에서 가장 큰 재미를 느끼지는 않았는가

여행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 출발직전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여행을 즐기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돈을 쓰는 행위를 즐기고 있는 것인가


당신은 여행을 하는 시간이 진짜 행복한가


지금 여행은 점점 더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행복은 절대로 유행의 흐름을 타지 않는다.

사람은 저마다의 이유로 행복하기 때문이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이 아니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남들이 한다고 당신도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 불필요한 치아 교정기는 빼내야 한다. 당신의 잇몸을 찌르고만 있을 뿐이다.


여행은 정말로 돈이 많이 드는 소비 행위 중 하나이다.


당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에 그 돈을 썼으면 좋겠다.


굳이 입증하지 않아도 당신이 충분히 행복해 할 수 있는 곳에 말이다.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time_rich_pnj/


네이버포스트                

http://naver.me/Fr1zxehp




매거진의 이전글 53화 - 위로의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