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 형제, 자매, 남매와의 남겨진 시간
타임리치
당신이 앞으로 형, 누나 또는 오빠, 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그 사람의 남은 수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이유들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그 시간들을 모조리 빼앗아 간다. 그리고 후에 그것이 큰 착각이었다는걸 깨닫는다.
안타깝게도 그 깨달음은 그 사람의 수명이 다한 이후에 오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글은 당신의 형제, 자매, 남매와의 남겨진 시간을 계산해보려 한다.
당신은 30대 초반이며 결혼을 앞두고 있다. 당신의 형 ,누나, 오빠, 언니는 30대 중후반으로 이미 결혼한 상태이이며 자녀가 있다.
결혼전에는 모두가 한 가족이었다. 모든 왕래가 가족안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서로간의 만남의 빈도가 높았다.
결혼을 하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면서 또다른 하나의 가족을 형성한다. 그러면서 당신과 형, 누나, 오빠, 언니와의 만남이 가족안이 아닌 가족간의 왕래 형태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물리적인 거리 및 각자의 일상, 현실적인 시간들은 그 왕래의 빈도를 현저히 떨어뜨린다.
한달에 한번 만나는 것도 쉽지가 않게 된다. 거리적으로 멀어지면 일년 동안 만남의 빈도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든다. 필자의 경우 또한 그렇다.
이번 계산은 한달에 한번씩 주말에 당신의 형제, 자매를 만나서 5시간씩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가정해보겠다. 한달에 한번씩 만나는 것으로 불충분할 수 있으니 1년에 한번은 1박2일 여행을 같이 가기로 해보자. 추가로 명절에는 부모님집에서 하루를 같이 보낼 예정이다.
1년에 한번 같이 여행가는 시간 36시간 (토요일 아침에 만나 일요일 저녁에 헤어지는 설정)
아버지 생신달 5시간
어머니 생신달 5시간
설 명절 24시간
추석 명절 24시간
기타 나머지 달에 매달 한번씩 만나는 시간 5시간...명절과 생신, 여행시간을 제외하면 7달이 남는다. 그래서 총 5 x 7 = 35시간...
1년동안 함께하는 총 시간
= 36 + 5 + 5 + 24 + 24 + 35
= 129시간
당신의 형, 누나, 오빠, 언니는 현재 36세이다. 100세까지 산다고 했을 때 남은 수명은 64년이다.
그럼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129시간 x 64년 = 8256시간
344일...
= 11개월 10일
당신이 앞으로 형, 누나, 오빠, 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딱 11개월 10일 뿐이다.
매달 한번씩 만날 자신이 있는가
매년 같이 여행을 갈 상황이 되는가
명절에 부모님집에서 같이 잘 수 있는가
명절이어도 남매의 경우는 각각 시댁과 처가의 방문날짜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기도 힘들다. 24시간이 가능하겠는가
매년 129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만나고 있다면 정말로 박수 쳐주고 싶다. 아니...부럽기도 하다.
필자의 경우 129시간은 내 삶의 모든 관심을 가족으로 최대한 돌렸을 때 가능한 시간이다.
그래도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11개월은 폐암 3기 환자의 중앙 평균 생존기간과 비슷하다.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그 사람의 남은 수명으로 계산한다면 그 시간은 가치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사람은 오래 살것이니까...언제라도 만날수 있으니까...
그런데 만약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곧 그 사람의 수명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시간이 곧 생명처럼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 사람이 살아있는 것을 느끼려면 서로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존재해야 한다.
바꿔말하면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그 사람이 살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즉...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당신에게만 주어진 그 사람의 수명이다.
11개월 10일은 당신에게만 주어진 형, 누나, 오빠, 언니의 수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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