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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리치 Jul 26. 2018

65화 - 욕하는 시간

타임리치


한 유명인이 사고를 일으켰다. 평소에 그 유명인을 좋아했던 당신은 실망감에 쌓인 채 기사를 봤다. 댓글을 보니 당신의 실망보다 더 큰 분노의 내용들이 담겨있다. 글을 다 읽은 후 당신도 어느새 분노의 감정을 느끼며 비슷한 댓글을 달고 있다.


같이 남 욕하는 것 만큼 재밌는 것도 없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제3자를 깎아 내리면서 일종의 짜릿감을 느낀다. 그 짜릿함의 근간에는 상대적인 우월감이 깔려있다.


"나는 너보다 나은 사람이어서 너의 잘못된 점들을 알아낼 수 있어."


사람, 사물, 짐승, 단체, 기업, 국가, 사상...비난의 대상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3자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식의 변화를 일으킨다면 이것은 최고의 쾌락을 맛보게 한다. 제3자보다, 듣고 있는 사람보다 내가 제일 우월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3자의 잘못을 지적함과 동시에 듣고 있는 상대를 교화시킨 멋진 사람이 된 것이다.


이 느낌은 상당히 중독성이 크다.


이것은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 지속적으로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소재를 찾아야한다.


결국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먼저 앞서게 된다.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잘못된 점을 알려주는 것이기에 자신이 폭넓은 시각을 소유하고 있다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분야에만 자신이 몰두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편협된 시각의 끝자락에 앉아있게 된다.


비판에서 비난으로...비난에서 비하로 이어지는 상황에 다다른다.


이렇게 하나의 습관이 형성된다.




운전중 사고가 날 법한 상황이 지나간 뒤 운전자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거라 예상되는가


"저런 XX같은...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XXX야!!"


"너무 운전을 위험하게 하네. 하지만 내 실수도 있었으니 다음부터는 더 조심하자."


첫번째 대사 ? 두번째 대사?


편협된 시각의 끝자락에 앉아있는 사람은 어떤 대사를 할까...아마도 예상이 될 것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습관화 되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모든게 다른 사람의 잘못이 된다. 나의 잘못은 단 1%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난부터 폭주한다.


물론 운전자의 자유다. 어떠한 문제로 인해 감정이 안좋아졌고 그 문제가 다른 사람 때문에 생겼고 그 사람을 욕한다고 해서 그 누가 뭐라할 수 있을까...아무도 듣지 못하는 자신의 차안인데...


진짜 문제는 바로 조수석에 앉아있는 옆 사람이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운전자의 욕을 조수석에 앉은 옆 사람은 다 듣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운전자가 다른 사람에 대한 화를 조수석 옆사람에게 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옆 사람은 사고가 날 법한 상황이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운전자의 욕을 듣고 나니 감정이 공포감에서 분노감으로 변한다. 그리고 같이 욕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마치 좀비가 사람을 물자 물린 사람도 공격적인 좀비로 변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좀비는 바이러스로 전염시키고 사람은 감정으로 전염시킨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중요하다.


기존의 것에 문제를 인식후 개선시켜 나가는 일...이것은 발전과 진화의 한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개선시켜나가는 일이다. 비판이 생산적이게 되려면 해결방안이 따라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해결책이 없는 비판은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놓인다. 비난이나 비하는 아니지만 해결의지는 보이지 않는 그냥 부정적인 시각의 하나일 뿐이게 된다.


물론 잠재되어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전파하여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갖게 해주고 싶다는 취지는 좋다. 미처 알지 못했던 점들을 알게 해주어 편협하지 않은 생각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취지도 좋다.


다만 그 취지대로 흘러가려면 전달자의 감정이 배제돼야 한다.


사람은 말의 내용보다 감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어떤 문제에 대해 분노하면서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했을 때 사람들은 당신이 제시한 비판의 내용보다 당신이 분노했다는 것에 더 집중한다. 그 분노는 고스란히 듣는 이를 전염시키고 듣는 이는 분노에 휩싸인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즉 더욱 편협해지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비판적인 생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려 한다면 당신이 지금 그 문제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한다. 분노 또는 미움의 감정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 일단 멈추고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당신은 비판적인 시각보다 분노의 감정을 전파시킬 확률이 훨씬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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