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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리치 Jul 31. 2018

70화 - 소비의 시간

타임리치


 눈을 감고 온라인 쇼핑하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온 당신...휴식을 취하며 집을 둘러보니 몇개의 빈 공간들이 보인다. 없어도 생활에 지장은 없지만 있으면 좋은 것들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른다. 몇개만 더 사면 집을 완벽하게 꾸밀 수 있을 것 같다. 생활비가 여유있게 남진 않았지만 신용카드로 사고 마일리지 적립하면 되니까 일단 인터넷을 켜기로 한다.


눈이 부시다. 완전 내 스타일의 화려한 디자인이다. 센치한 감성을 건드리는 문구도 눈에 띈다. 벌써 심장이 뛴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다들 '이건 꼭 사야 돼'라고 외치며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추천하고 난리다. SNS를 들어가니 나 빼고 모든 친구들이 다 갖고 있다. 선물 인증샷 자랑 아이템들 중 손에 꼽을 정도다.


그 순간 부터 그 물건 없이 살아온 내가 괜히 초라해지는 듯 하다.


그것만 사면 당신의 부족한 부분이 채워질 것 같다.

그것만 사면 당신은 완벽해진다.


가격이 살짝 부담스러워 최저가를 찾기 위해 검색을 하다보니 내 신용카드 포인트로 5%이상이나 할인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웃음이 나기 시작한다. 갑자기 승자가 된것 같다. 고민없이 결제를 한다.


배송도 척척이다. 벌써 물품이 출고되어 내일 도착예정이다. 이제부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배송을 추적해야 되니까...


택배운전기사한테 지금 위치가 어디냐고 전화해서 물어보고 싶은데 그냥 참기로 한다.


물건이 도착하기 전까지 사용후기 영상을 보며 사용법을 미리 숙지한다. 가끔 단점의 후기들이 보이는데 그냥 무시한다. 좋은 점들이 더 많으니까...


일하는 중에 갑자기 전화가 온다. 택배기사다. 물건이 벌써 도착해서 집앞이란다. 집에 아무도 없는데 큰일이다. 일단 경비실에 맡겨달라고 부탁한다. 그때 부터 걱정이 시작된다.


'구석에 쳐박아 놓으면 안되는데...'

'내 것위에 다른 택배 물건 올려 놓으면 안되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최대한 빨리 퇴근후 집으로 달려간다. 불안한데 짜릿하다. 물건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이 심장을 또 뛰게 한다.


경비아저씨에게 택배상자를 건네 받는다. 먼지가 묻었지만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상자위에 붙은 수취인 내 이름표를 확인하니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오늘 따라 엘리베이터 속도가 더 느린 것 같다.


이제부터 인생 최대의 설렘의 시간이 펼쳐진다. 상자를 개봉한다.


포장이 너무 이쁘다. 설명서가 너무 세련됐다. 향기가 너무 매력적이다. 지문하나 묻지 않은 반질반질함이 눈이 부실 정도다. 그런데 생각보다 기능이 약간 복잡하다. 설명서를 읽다보니 이해가 안되는 기능 하나가 약간 거슬린다. 뭔가 찝찝함에 후기를 찾아본다.


이럴수가...그게 이 제품의 유일한 단점이란다. 사기 전엔 몰랐었는데...


약간의 실망감이 오지만 그래도 집안을 채우고 있으니 기분은 좋은 것 같다. 사용을 빨리 해보고 싶은데 일단 오늘은 인증샷만 찍고 저녁을 먹기로 한다. SNS올릴 생각에 기분이 들뜬다.


며칠의 시간이 흐른 뒤...


유난히 하루가 힘들고 씁쓸하다. 집에 오니 녹초가 됐다. 소파에 앉으니 며칠전 샀던 그 물건이 보인다. 이젠 설렘에서 익숙함으로 바뀌었다. 마치 원래부터 있던 물건 같다. 써볼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에 새로운 것을 알게 됐다.


그 물건 옆에 또 하나의 빈 공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공간만 채우면 이제 진짜로 완벽해질 것 같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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