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리치
나이키 농구화 '에어조던 11' 이라는 신발이다.
이 신발은 색깔과 발목 사이즈에 따라 종류만 20가지가 훌쩍 넘는다. 그런데 제품의 마케팅 컨셉이 한정 판매로 이뤄져서 많은 매니아들이 이 신발을 노린다. 그러다 보니 제품 판매소식이 들리면 하루전부터 매장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중고가가 실제 원가보다 비싸다. 리셀러 매장에서는 3~4배 비싸게 판매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거래가 이뤄진다.
필자도 한 때 이것들을 모두 모으려고 혈안이 됐던 적이 있다. 구매를 하면 아까워서 신지도 못했다. 곱게 포장 돼있는 상태 그대로 최적의 습도 환경에서 애지중지하며 모셔 뒀었다. 그리고 계획을 세웠다.
돈이 더 모이면 같은 신발 3개를 사서 하나는 박스 포장된 채로, 다른 하나는 오픈한 상태로 진열대 위에 전시를 하고 마지막 하나는 신고 다니기로 말이다. 그러나 가격적인 부담이 너무 커서 먼훗날의 꿈으로 미루게 됐다.
시간이 흘러 나는 지방으로 이직을 하게 됐고 이후에 생각지도 못한 변화들을 겪게 됐다.
서울에서 벗어나니 일단 스펙을 쌓기 위한 치열함이 더이상 필요없어졌고 개인시간이 많아졌다. 주변 환경 또한 시골에 가까운 도심이어서 사람 자체가 많지 않았다.
마음의 여유...주변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 상황...
이 두가지가 생기고 나니 특별한게 아니면 딱히 무언가 필요함을 느끼지 못했다. 급여 또한 많이 올라 이전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여유있게 됐지만 사고 싶은 것은 오히려 더 줄어들게 됐다.
그때서야 몸소 느끼게 됐다.
즉흥적으로 사기도 하고...
기분이 울적해서 사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사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사기도 하고...
품목의 합을 맞추기 위해서 사기도 한다.
소비의 상당 부분은 내면의 심리에 좌우되어 이뤄진다.
그래서 소비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 물건을 받기 직전인 경우가 많다. 막상 받고 나면 쓰지 않는다. 그냥 전시만 해둘 뿐이다.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맛있는 것을 먹거나, 여행을 가거나...자세히 생각해보면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금 내 마음의 상태를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수단이 되는 경우가 의외로 더 많을 것이다.
소비의 시간을 줄이는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나아지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내가 주변 환경보다 더 좋아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변 환경이 나보다 덜 좋아지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주변환경과 경쟁할 이유가 없어진다.
나 자체가 주변 환경보다 더 나으니까...
내가 나아진다는 표현이 사실 매우 피상적일 수 있다.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것을 3가지 정도로 생각한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하고 있거나...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적인 조건이 되거나...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적인 조건의 가능성이 다른 사람들보다 높거나...
인것 같다.
내가 본질적으로 원하는 것을 하면 나의 몸과 마음이 나아지고 근본적인 불만족이 사라지면서 소비가 줄어들게 된다.
필자도 이전보다 욕구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 '에어조던 11' 시리즈에 대한 열망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다. 아직 내가 충분히 나아지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크게 변화된 것이 있다면 하나있다.
마지막으로 어느 유명기업 CEO의 강연 중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어 남겨본다.
어느날 아내와 백화점을 가서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한번 쭉 둘러본 뒤 밖으로 나와서 아내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다 살 수 있는데 하나도 안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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