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임리치 Aug 23. 2018

84화 -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했던 시간

타임리치


한 때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 했다. 그래서 내가 아닌 나의 모습으로 많은 이들을 대했다. 그것은 나를 지치게 했고, 나를 잃어버리게 했다.


관계의 끝엔 늘 허무함만이 남아있었다.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다가 나를 잃고 싶지 않아. 그냥 내가 원하는 사람들에게만 최선을 다하고 싶어."


어느 순간 이 말은 내 삶의 모토가 되었다.


피곤하게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목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나를 나로서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

나의 하찮은 모습도 따듯하게 받아줄 수 있는 사람들...

소위 진짜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만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과의 관계에서만 최선을 다했다.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그 자체로 나는 충분히 행복하고 감사했기 때문이다.


더이상 껍데기뿐인 관계는 필요하지 않았다.

더이상 무의미한 관계에 나의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이상 노력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고 있었다.


나의 진짜 친구들에게만 최선을 다하는 것...

온전히 내 모습으로 대할 수 있는 상대만을 찾는 것...

그래서 더이상 상처받을 일이 없는 것...


이것이 나의 인간관계에 더 큰 행복을 가져오진 않았다.


사람을 사귀는 일에 대한 나의 사고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일단 잘 해줘야 한다. 잘 해주기 위해서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어도 말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지친다. 진짜 내 모습을 잃어간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 노력을 멈춘다. 관계를 중단한다. 그리고 노력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상대를 찾는다. 그들이 나의 진짜 친구라 여긴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마음도 편하고 신경쓰지 않아서 좋으니까... 그런데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한달에 한번...세달에 한번...1년에 한번...


그리고 깨닫는다. 내 일상에서 만나는 인간관계의 대부분은 편한 친구가 아닌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어 그들과 계속해서 대치해야 한다는 것을...


더이상 노력하지 않기로 했는데 딜레마에 빠진다. 자기 합리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10번의 만남중에 딱 한번 내 친구와의 만남에서만 행복하다면, 나머지 9번 다른이들과의 만남에서는 굳이 행복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시작한다. 10번중 1번만 행복해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니까...


10번중 9번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모른 채 한다. 인간관계는 원래 그런 것이니까...


그런데 정작 그런 인간관계에 자신이 일조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원점으로 되돌아가보자.


"모든 관계에서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했다."


이 말이 나를 힘들게 했고 나는 이 말을 부정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노력하지 않아도 가식없는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소중한 존재라 생각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첫번째, 모든 인간관계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가까운 부부, 부모, 형제 관계에서도 원만한 사이를 유지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도 그러한데 친구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소중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만남의 빈도는 줄어들게 된다. 빈도가 줄어들면 공감대 역시 줄어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편하긴 한데 서로가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다르다 보니 소통이 되지 않는 느낌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평생을 함께해 온 부부가 막상 대화는 잘 하지 않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소중한 친구가 되기까지, 부부가 되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걸 잊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런 사이였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더이상 노력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는 없다.


모든 관계는 노력하면 가까워지고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멀어진다.


두번째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다.


모두에게 사랑받아야 할까? 대답은 No다. 그럼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을까? 이것은 Yes or No로 대답할 수 없는 물음이다. 이것은 정도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면 받을 수록 분명 기분은 더 좋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좋은 느낌이 인간 관계의 의무가 될 필요는 없다.


바로 여기에 핵심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상대에게 사랑을 받아야 한다 또는 호감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문제다. 사랑을 받으면 좋지만 그것이 의무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럼 이런 강박은 왜 생기는 걸까...


나의 가치가 인간 관계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면 내 가치가 올라가고, 사랑받지 못하면 가치가 떨어지는 느낌이 근본적인 문제다. 사람은 좋은 것보다 싫고 무서운 것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즉 내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치가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집중한다. 바꿔말하면,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닌 누군가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몰두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마인드에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잡게 된다. 그것은 곧 스트레스가 된다. 결국 관계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른다.


중요한 것은 내 가치에 대한 나의 믿음이다.


나에 대한 믿음이 커지면 다른 이의 말이 중요하지 않게 된다. 휘둘리지 않게 된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고 혹은 미워하는 일이 나의 가치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진다. 그건 단지 그들의 감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의 가치를 세상 어느 누구보다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게 된다.


그러면 모든 관계의 중심은 내 쪽으로 이동한다. 이것은 내 주도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만든다. 주도적인 관계가 되면 더이상 상대에게 아쉬울 게 없어진다. 그리고 상대에게 아쉬울 게 없어질 때 비로소 알게 된다.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닌 단지 그 사람을 위해서 잘 해줄 수 있는 진심의 마음이 무엇인지 말이다. 이것은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진실된 노력으로 이어지고 그 진심은 상대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결과적으로 상대에게 사랑을 받게 된다. 그리고 모두에게 사랑받게 된다.


 


인간 관계는 정답이 없다. 모든 것은 나 하기에 달려 있다. 그래서 나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나의 가치를 나 스스로 인정할 수 있게 될 때 상대를 목적이 아닌 상대 자체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면 나를 잃어버릴 일도 없다.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나의 노력이 진심이기 때문이다.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time_rich_pnj/


네이버포스트                

http://naver.me/Fr1zxehp


매거진의 이전글 80화 - 좋은 선배가 되는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