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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리치 Aug 25. 2018

85화 - 신발 끈을 묶는 시간

타임리치



유동 인구가 많은 길거리 한복판에서 신발 끈이 풀린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순간이 오면 잠깐의 시간동안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냥 무시하고 걸어갈지...

끈을 대충 구겨서 신발 안으로 넣을지...

자리에 멈춰 앉아 끈을 제대로 묶을지...


사실 끈이 풀렸으면 묶는 게 당연한 건데 이상하게 그런 상황이 오면 고민을 하게 된다. 이유는 나 이외에 모든 사람들은 길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들 서있는데 나 혼자만 자리에 앉는 것이...

다들 움직이는데 나 혼자만 멈춰있는 것이...

다들 앞을 보고 있는데 나 혼자만 땅을 바라보는 것이...


은근하게 눈치가 보인다.


내가 멈춤으로 인해서 이 길의 흐름에 혼란이 오진 않을까...

나 혼자만 앉아있는 모습이 웃음거리가 되진 않을까...

움직이지 않는 나를 보며 과한 관심을 보이진 않을까...


소심한 걱정을 한다. 반대의 입장이 돼보면 정말로 의미없는 걱정이었다는 걸 알게된다. 자신의 길을 바삐 걸어가는 사람에게 신발 끈을 묶고 있는 사람은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기껏해야 그냥 끈을 묶고 있나보다 정도의 생각만 들 뿐 금새 잊어버린다. 오히려 신발 끈이 풀렸는데 묶으려 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넘어질까봐 걱정이 될 때도 있다.


잠시 멈춰서는 게 이상한 건지 고민하는 것은 오로지 나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걸어오던 관성의 법칙 때문에 멈추질 못하고 걸음을 지속한다. 결국 조금만 더 가다가 멈추자라는 생각에 발을 내딛가가 어느 순간 신발이 벗겨지거나 혹은 넘어지게 되는 불상사를 맞이한다. 길 한복판에서 불상사를 맞이하면 그때는 길의 흐름에 혼란을 줄 수 있고,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고, 좋지 않은 시선으로 남들의 이목을 끌 수도 있게 된다.


끈이 풀렸을 때 멈추지 않는다면 말이다.





누구나 한번은 반드시 끈이 풀리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럴 땐 언제 어디서든 잠시 멈춰설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풀린 끈을 다시 묶는 것은 결코 정체가 아니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니다. 그 순간을 모른 채 하거나 숨기려 하거나 피하려 할 이유가 없다.


이제부터 다시 제대로 걷기 위해 마음을 다지는 과정이다. 더 멀리 걷기 위해 몸을 재정비하는 과정이다.


오히려 자신을 기특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관대하게 바라봐 줄 순간이기도 하다.


끈이 풀렸다는 것은...


그동안 내가 열심히 걸어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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