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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나 Apr 17. 2022

넘어진 김에 쉬어가기.

사회 초년생의 해고 후 다시 일어서기.

이 글은 3년전에 쓴 글에 지금의 생각을 추가한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사회 생활이 만만치 않다는 걸 어렴풋이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사내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함께 점심과 저녁을 먹고 생활하며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을 무렵 예상치 못하게 해고통보를 받았다. 해고를 당한 이유는 내가 회사에 맞지 않는 인재라는 것이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한달간 일을 하면서 크게 잘못한 적도 없었고 오히려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더 자주 들었는데 갑자기 해고라니..


해고통보를 받았던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날의 하늘은 아주 높고 푸르렀다. 눈물이 나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억울한 마음과 더 잘해보고 싶었던 나를 자른 회사를 원망하는 마음이 뒤엉켜 눈물이 되었던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 길에도 한참을 울었다. 창피한 줄도 모르는 채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훔치며 집까지 왔다.


집에는 엄마와 동생이 있었다. 엄마를 보자마자 또다시 눈물이 났다. 엄마는 서럽게 우는 나를 안아주며 무슨일이 냐고 물으셨다. 엄마의 품과 목소리가 너무 따듯해서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한참을 울다가 세수를 하고 눈물을 그친 채 오전에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내 이야기를 다 들으신 엄마는 그런일로 울지 말라고 하셨다. 그런 이상한 회사는 많을 테고 살아가면서 더 이상한 회사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며. 그리고 마지막엔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는 말을 덧붙히셨다.


남들보다 늦은 시기에 취업준비를 시작했고 내 마음속엔 조급함이 있었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빨리 취업하지 않으면 세상의 낙오자가 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생각한다. 빠른게 능사는 아니라고. 조금 천천히 가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일주일간 집에서 쉬면서 짧았던 사회 경험을 돌이켜 보니 오히려 이렇게 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잠시 잊고 지냈던, 내가 살고 싶은 인생에 대해 생각할 여유와 읽고 싶었던 책을 읽을 여유를 되찾았다. 취업은 조금 여유롭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다.




3년이 지나 다시 이 글을 읽으며 그때의 감정들을 되돌아 본다. 첫 사회생활에서 내가 겪은 일들은 나에게 상처가 되었지만 동시에 마음을 조금은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물론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르게 행동할 마음은 전혀 없다. 잘못된 건 잘못된 거고 타인이 겪는 부당함을 참고 넘어가면 그 일이 언젠가 나에게 돌아올지 모르는 일이다.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지속적인 고통을 받을거라고 생각하면 쉽게 외면할 수가 없다.


그때 내가 해고 통보를 받은 이유는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다른 친구가 겪는 성희롱 문제에 대해서 함께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었다. 친구는  당시 정신적 충격이 커서 대표에게  설명하지 못했고, 이미 모든 내용을 들어서 알고 있던 내가 대표에게 대신 설명을 했는데 그게 거슬렸나보다. 나보고  그친구의 편을 드냐며 지랄했던 대표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지 않아도  회사가 잘되긴 힘들어 보인다.


성희롱의 피해자였던 친구와는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며 지내는데 다행히 나와 비슷한 시기에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 잘 지내고 있다. 나도 그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뒤,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 아주 잘 살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렇게 해고된 게 어찌보면 나에게 훨씬 더 잘 된 일이었다. 덕분에 연봉도 훨씬 올려갈 수 있었고 업무환경도 훨씬 좋은 곳에서 일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혹시 지금 회사때문에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모든 해결방법을 찾아보고 그래도 안된다면 그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쉬거나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권하고 싶다. 지금의 힘든 시기가 지나가면 분명 더 좋은 일들이 다가올 테니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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