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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나 Apr 11. 2022

단편소설#1 - 문득

기차 내부 사진을 보고 쓴 단편소설

일요일 오후 2시, 세영은 다음날 지옥철을 타고 또다시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씩 기분이 다운되고 있었다. 이 회사에 다닌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 출근 하는 일은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는 듯 했다. 이대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던 세영은 내일로 여행에서 갔던 태종대에서의 기억을 불현듯 떠올렸다. 따듯함과 뜨거움 사이, 그 어딘가의 온도와 강한 바람이 공존했던 태종대는 마치 어제 갔던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며 세영의 마음을 부산으로 이끌었다. 그 해 여름,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세영은 잠깐이라도 현실에서 벗어나 행복해 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태종대를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그곳에 함께갔던 절친 주희가 떠올랐다. 세영과 주희는 같은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비록 다른 대학교로 진학하면서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거의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시시콜콜한 일상의 대화들. 세영은 갑자기 그 대화들이 그리워 지기 시작했다.


내일로 여행을 함께했던 주희는 이제 더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고 너무 많은 시간의 공백이 생긴 탓에 세영 역시 먼저 연락하기가 어려웠다. 주희의 SNS를 보면 꽤 잘 지내는 듯이 보였는데, 한편으로는 사진 한장이 그녀의 모든 삶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기에 가끔씩 그녀가 요즘은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해지곤 했다. 한때는 거의 매일 연락하고 자주 만나던 사이였는데 어느 틈에 이렇게 멀어져 버린걸까. 세영은 멀어진 친구와의 추억을 혼자 되새기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주희도 가끔은 내 생각을 할까. 주희에게 자신이 어떤 친구였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존재인지 묻고 싶었지만 어쩐지 주희에게 연락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아 늘 망설이기만 할 뿐이었다. 무엇이 세영을 망설이게 하는걸까. 잘 지내냐는 카톡하나 보내기가 이렇게까지 어려울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으면 인간 관계가 조금은 쉬워질거라고 막연하게 기대했었는데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모든게 처음하는 것처럼 어려웠다.


분명 주위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다가도 문득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혼자 떨어진 것처럼 느껴질때가 있었다. 세영은 이런 막막함을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라는 존재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각자의 친구를 정하는 기준이 있겠지만 세영에게는 마음속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친구로 느껴졌다.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가다 보니 세영의 인간관계는 친구보다 아는사람들로 채워졌고 그게 세영의 마음을 공허하게 만들었다. 의미없는 대화들을 나눠야 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지내는 게 조금씩 견딜 수 없어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오늘따라 더 강하게 주희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졌다. 세영은 핸드폰을 들어 친구 목록에서 주희를 찾아 채팅창에 타이핑을 했다가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몇분이 흘렀을까. 세영은 끝내 전송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핸드폰을 침대 위에 내려놨다. 더이상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느껴졌다. 왜 이런 사소한 일로 망설이고 있는거냐고 자신에게 물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마음이 복잡해진 세영은 주희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고 어제 읽다 만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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