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비행기 값은 정말 뉴 노멀 그 자체다. 30만 원대에 방콕을 오고 가던 시대는 끝났다.심지어 치앙마이 직항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방콕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무려 80만 원을 주고 끊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돈으로 스페인도 갔는데....(스페인은 왕복 250만 원이다^^... 아니 더 올랐을지도)
맛없는 기내식을 먹고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덧 기장의 도착 어나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2년 반 만에 드디어 타지 땅을 밟는구나. 5시간여 만에 도착한 수완나품 공항은 생각보다 북적였다.
이리저리 헤매다 찾은 국내선 환승 게이트
환승 대기시간 4시간. 입국 도장받고, 밥 먹고, 넷플릭스 조금 보면 금방 지나갈 줄 알았는데 4시간은 생각보다 길더라.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4시간은 퍽 긴 시간이 맞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환승할 때 플라자 가서 맥주에 소시지 한 접시 해치우고 들어오고도 시간이 남았었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감을 잃었던 것 같다. 더 야무지게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심지어 기다리는 동안 비행기가 두 번씩이나 지연됐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20분, 30분, 도합 50분 플러스. 오... 5시간을 공항에 꼼짝없이 갇혀있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더 큰 문제는, 내 비행편의 게이트 넘버가 계속 미정 상태라는 것이었다. 전광판에 하나둘씩 cancelled라는 붉은 글씨가 뜨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혹시나 내 비행편도 이러다가 취소되는 거 아냐?! 싶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공항의자는 누군가가 앉으면 한쪽으로 들썩거렸고 세게 틀어둔 에어컨 때문에 으슬으슬 추워지기 시작했다. 오... 제발 날 치앙마이로 보내주세요. (이때야말로 정말 인천공항의 소중함을 느꼈다. 넓고 쾌적하고 깨끗하고 편의시설까지 완벽한 공항 중의 공항 인천공항..)
한 치 앞을 보지 못하고 미리 꺼내 두지 않은 캐리어 안의 겉옷을 아쉬워하며, 초조하고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던 찰나, 출발 시각 45분 전 드디어 게이트 넘버가 전광판에 떴다.
너무나 알고싶었던 Gate#, B3
호다닥 달려갔지만 그럼 뭐해. 보딩 시간이 지났는데도 게이트가 안 열린다. (왜?!! why?!!)나는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만 미리 줄 서서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외국인들도 똑같더라 ㅋㅋ 다들 긴 대기시간에, 연착에, 한시라도 빨리 치앙마이에 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30분 동안 게이트 앞에 줄을 서 있었다.
도합 5시간 반 동안이나 계속된 춥고 지루하고 피곤하고 힘든 기다림은 치앙마이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 체력을 모두 방전시켰다. 숙소 도착하면 짐 풀고 야시장 한 바퀴 돌자 했었는데, 너무 원대한 계획이었지.
아침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집에서 나왔는데, 치앙마이에 도착한 시간은 현지시간 저녁 10시 반이었다. (한국 시간 12시 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내 여행에 경유 비행은 없다. 무조건 직항길만 걷는다.
피곤에 찌들어 숙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택시기사가 이것저것을 물었다.
"혼자 왔어?" 응
"배는 안고파?" 응
"맥주 좋아해?" 응
"페이스북 아이디 있어?" 응 근데 거의 안 써
"라인은? 그럼 위챗?" 아니 안 해
"태국 번호는 있고?" 아니 없어
이 자식 내가 이 정도로 쳐냈는데도 결국 자기랑 맥주 한 잔 하잔다."내가 지금 원하는 건 따뜻한 물로 하는 샤워와 침대뿐이야" 퍽 끈질겼다. 명함이라도 찍어가서 연락 달란다. 알겠어 알겠어. 사진 찍을게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