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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Dec 08. 2021

때로는 우리도 흐트러지고 싶어요

엄마의 독후활동 4


Aunt Amelia

Rebecca Cobb




 이번 책은 사랑스러운 일러스트와 따뜻한 스토리라인이 특징인 Rebecca cobb의 Aunt Amelia 시리즈입니다. Rebeca cobb을 알게 된 건 <보고 싶은 엄마 Missing Mummy>를 통해서였어요. 무심한 듯 툭툭 그린 듯 하지만 자꾸만 눈길이 가는 일러스트와 마음을 만져주는 듯한 따뜻한 색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이야기. 그렇게 이 작가에게 빠져들게 되었지요. 마음에 드는 작가를 발견하면 그 작가의 모든 책을 찾아 읽어보는 저는 당장 집 근처 도서관에서 Rebecca cobb의 책을 빌려왔습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Aunt Amelia는 저의 “최애작가”으로 등극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하는 날 아이들은 긴 꼬리에 큰 모자를 쓴 아멜리아 이모를 만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모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아이들이지만 함께 하루를 보내며 마음을 뺏기고 말죠. 그도 그럴 것이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맡기며 남겨둔 당부와는 전혀 다른 하루를 보냈거든요. 위험하게 놀지 않기, 아이스크림은 한 개만 먹기, 집 어지르지 않기, 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라면 으레 지켜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그런 가이드 라인들이요.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지낼 때는 달리 마음껏 놀고 먹고 즐기며 하루를 보냅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돌아오기 전 모든 만행(?)들을 치우고 정리하며 셋만의 비밀을 만듭니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 아이의 원하는 것을 그대로 들어주고 싶지 않은 부모가 있을까요? 하지만 몸에 해롭기 때문에, 위험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요. 사회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약속을 지켜내게 하는 것을 교육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예의, 규칙 같은 것들을 알려주잖아요. 그런 규칙 외에도 집에서 지켜야 할 약속들이 있고요. 저희 집은 장난감은 본인이 정리하기, 밥 먹을 때 식탁의자에 앉아서 먹기, 어른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기, 늦은 시간엔 뛰지 않기. 그 정도 인 것 같아요. 아이들은 대부분 이런 약속을 잘 지켜줍니다. 왜 지켜야 하는지 여러 번 이야기해준 덕인 듯해요. 물론 그렇지 않은 날도 많지만요.


 중요함을 알지만 때론 흐트러지고 싶기도 하고, 때론 한번쯤 눈 감아줬으면 하고, 이런 것도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고요. 사실 가끔 우리도 그렇잖아요. 청소기 돌리기 한번쯤 미루고 누워있고 싶고, 아이스크림 두 개쯤 더 먹고도 싶고, 뭐 그런 것들이요. 어른들도 이런 날이 있는데, 아이들이라고 다를까 싶어요. 그래서 아멜리아 이모를 만난 아이들이 얼마나 신났을 지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훤하죠. 물론 이 책의 그림에 그런 행복함이 그대로 묻어나고요.


 약속을 제법 잘 지켜주는 저희 아이들도 흐트러지는 때가 있어요. 바로 할머니께서 오셨을 때예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겠지만요) 엄마랑 있을 때는 꼭 지켜야 하는 것들도 할머니가 오면 조금은 풀어진다는 걸 아는 것 같아요. 장난감도 할머니가 대신 정리해주고, 사달라는 장난감도 척척 사주고, TV도 마음껏 볼 수 있고요. 해도 너무 한다 싶을 때 엄마가 한 소리 할라 치면, 할머니랑 있으니까 괜찮아 해주는 든든한 편이 있으니 얼마나 좋겠어요. 처음엔 자꾸 풀어만 지는 아이들이 걱정도 됐다가, 화도 났다가, 다음 번엔 굳게 마음먹고 다 잡아야지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이런 얘길 하더라고요. 이렇게 아낌없이 사랑을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아이한테 얼마나 큰 힘이 되겠냐고요. 엄마 아빠가 주는 사랑의 종류와는 좀 다르죠. 뭐든 오냐오냐 받아주고 잘한다 칭찬해주는 존재. 그런 존재가 세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할까요. 할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추억이 많이 없는 저로서는 참 부러운 부분인 것 같아요. 저희 아이들과 할머니와의 사랑을 더 힘껏 응원하면서 뿌듯하게 읽었던 책 Aunt Amelia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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