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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Dec 15. 2021

눈을 기다리는 아이

엄마의 독후활동 5

눈아이

안녕달 그림책




 올해 여름도 참 더웠죠. 어느 해나 여름은 덥지만 매년 점점 더 더워 지는 것 같아요. 여름이 되면 우리 아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어요. “엄마 겨울은 언제 와? 너무 더워”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겨울이 되면 찬 바람이 많이 불잖아. 그럼 또 춥다고 할거면서?” 그럼 아이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이렇게 대답하지요. “그래도 겨울엔 눈이 오니까 눈사람 만들고 놀 수 있잖아!” 맞아요. 눈이 내리고, 눈이 소복소복 쌓이면 기다리던 눈사람도 만들 수 있죠. ‘아 그렇지, 동심의 세계에선 눈이 반가운 존재였지’ 어른이 되고 나서부터 눈이 반갑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일단 옷 입기가 까다로워지고, 길을 다니기가 불편해지고, 차가 막히고, 내릴 땐 좋지만 녹으면서 길이 더러워지고,, 등. 너무 낭만이 없죠? 이렇게 눈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동심을 그대로 담아낸 귀여운 책이 새롭게 나와서 얼른 읽어보았습니다.


 안녕달 작가님의 신작 <눈아이>입니다. 눈사람에 대한 귀여운 상상력이 가득 담겨있는 책입니다. 눈이 펑펑 내린 어느 겨울 날, 아이는 눈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눈사람에 팔과 다리를 만들어 붙여주고, 눈 코 입도 만들어주고, 그렇게 겨울의 한가운데서 친구를 만나게 되죠. 함께 먹고, 놀면서 계절을 보내는 동안 눈아이는 작아지고 더러워져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눈이 녹고 더러워 지는 과정을 이렇게 귀엽게 그릴 수 있다니요. 아이는 날이 점점 따뜻해져 눈아이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계속 친구를 찾으며 겨울을 기다려요. 시간이 흘러 다시 눈이 펑펑 내린 어느 겨울 날, 다시 눈아이를 만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한 겨울 눈이 펑펑 내린 날에만 만날 수 있는 눈사람과 아이의 우정이 참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해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것에 대한 애정이 상당히 깊어요. 눈이 오는 날 오랜 시간 걸려 만든 눈사람을 집으로 꼭 데리고 가고 싶어해요. ‘밖에 두면 외로울 거야, 내가 보고 싶어서 울면 어떡해’ 등등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거죠. 정말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요. 꼭 눈사람이 뿐만이 아니에요. 삐뚤 빼뚤 접은 미니카, 재활용 용기로 울퉁불퉁 만든 로보트 장난감 이런 것들도 세상 소중한 보물이 돼요. 엄마 눈에는 당장 이번 주 재활용 쓰레기장에 가져다 놔야 할 것 같은 것들도 ‘엄마 이건 너무 소중한 거야’라고 해요. 이런 마음을 지켜주고 싶지만 모든 것을 허용하다가는 집이 거대한 쓰레기통이 될 수도 있으니까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이 필요하죠. 아이가 찾지 않을 때 적당한 곳에 숨겨놨다가 때가 되면 버리는 선택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 책을 읽고 보니 약간의 반성이 되네요. 내 눈에 완벽하지 않다고, 예쁘지 않다고 중요성을 결정할 수 있었을까요?


 책에서 눈아이가 아이에게 물어요. “내가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린 친구야?” 아이는 한치의 의심 없이 대답해요 “응” 그렇게 소중한 친구를 아이는 3번의 계절 내내 찾아 다닌 거에요. 어른의 눈에서는 볼 수 없는 둘만의 소중한 추억을 그간 내다 버린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는 아이의 동심을 조금 더 지켜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면서 다시 한번 읽게 되었던 책, <눈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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