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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E Jun 07. 2019

01 :: 처음의 설렘(8)

TOKYO in 2015


TOKYO, 2015.11.07 

숙소 -> 요시노야에서 아침식사 -> 아사쿠사 -> 도쿄 스카이트리 -> 요코하마 -> 오모테산도 -> 숙소 주변 이자카야 -> 숙소 


도쿄 근교 여행

“도쿄보다 요코하마를 더 잘 알아” 


         


 하나와 카페에 앉아 둘이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오랜만에 함께 나누는 티타임은 우리가 함께 있던 런던 티 룸을 떠 올리게 했고, 지난 시간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겨져 있는 추억을 곱씹으며 풀어내었다. 역시, 커피 마실 때건, 술 마실 때건 지나간 시간에 새겨 둔 추억 팔이는 언제나 좋은 소재가 되어준다. 


“나는 사실 도쿄보다 요코하마를 더 잘 알아”     

2개월 간 런던에서 함께 누렸던 시간을 되짚다 대화의 여백이 생겼을 무렵, 하나의 입에서 만들어진 문장이다.  

   


그녀는 도쿄의 근교인 요코하마에 대해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하나에게 요코하마는 아버지의 짙은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도시였다. 본인 아버지의 회사가 그곳에 있어 그곳을 자주 찾는다는 것이었다. 길거리 곳곳을 걸을 때 마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는 하나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깃들어져 있었다. 하나의 아버지는 참 흐뭇하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나는 과연 우리 아빠의 일터에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 해 준적이 있었나 되짚어 보게 되었다. 백번 말하면, 백번 다 ‘없었다’라는 답이 만들어졌다. 송구스러워졌다. 말로만 자랑스러운 딸, 믿음직한 딸, 내로라하는 딸이 되어보겠다 했지, 난 내 부모에게 늘 무관심 했고, 겉으로만 딸인 척 아양을 떨어대었던 것이다. 되돌아본 나의 지난 내 모습들은 물론이고 지금 나의 모습 역시 영 변변치 않은 못난 딸이었다. 대체 언제쯤이면 나는 돌아보아도 내 부모의 자랑스럽고 당당한 딸이며 다시 보아도 잘 낳은 딸 여식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을까?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장면은 꽤 여운이 긴 법이다.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이 마주했던 요코하마의 야경이 내게 그러했다. 우연히 마주한 붉은 노을이 만연해진 요코하마의 하늘은 부끄러운 내 마음을 훤히 표현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저 붉은 하늘 빛 속에서 휘양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야경의 알알들은 내 영혼의 얕은 수를 꼬집어 내는 듯 했다. 이 빛들이 만들어 낸 내 마음에 일으킨 파장의 길이는 꽤 깊고 짙은 곳 까지 나를 이끌고 갔다.     

 

내게 이런 시간을 만들어 준 하나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오늘따라 유달리 도쿄의 내 친구 하나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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