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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E Jun 07. 2019

01 :: 처음의 설렘(9)

TOKYO in 2015


TOKYO, 2015.11.07 

숙소 -> 요시노야에서 아침식사 -> 아사쿠사 -> 도쿄 스카이트리 -> 요코하마 -> 오모테산도 -> 숙소 주변 이자카야 -> 숙소    

  

도쿄에서의 한 잔

“너무 아쉽다” 

         

 대학교라는 배움의 장에서 술이 필요했던 이유는 첫 번째가 서로의 서먹함을 달래려는 이유였다. 초면이었던 옆의 사람도 술이라는 기운을 빌리면 세상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가 되기 마련이니. 대학에서 술이 필요한 두 번째 근거는 분위기를 농익게 하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그 뒤의 말은 굳이 설명하려 들지는 않겠다. 그리고 술이 요구되는 가장 마지막의 이유는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릴 그 사회의 쓴맛을 이겨내고자 하는 ‘마법의 약’을 미리 깨닫게 하는 것이 이유였다. 당장 4년 뒤부터 부닥쳐야 할 거친 들판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를 알려 주는 것이었다.        



 대학교에서 술을 마시는 위 세 가지의 연유를 나는 내 첫 도쿄 여행을 함께 해준 언니와 여지껏 함께 하고 있었다. 처음 대학교에 들어와 언니와 함께 술 마시는 법을 배웠고, 언니와 술자리의 대부분을 함께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서로의 편안함을 공유하는 것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나의 술친구와 도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하루의 끝자락에 다시 만났다. 오늘 하루 내내 떨어져 있던 도쿄에서의 우리 시간을 그저 저버리기 아쉬웠다. 여남은 하루의 밑단을 조금이나마 함께 붙들어 보고 싶었다. 그 마음의 발현은 언니와 나 두 사람 모두에게 잔잔한 한잔을 들이키자는 결론으로 가 닿게끔 만든다.      



말로만 듣고 한국에서 어설프게만 접하던 일본의 진짜 ‘이자카야’를 찾았다.      



우리 숙소 주변에 있던 술집으로 야키도리(꼬치)를 안주로 판매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장 차림의 회사원들이 두루 모여 앉아 회식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역시, 세상의 어떤 민족이건 하루 일과로 인해 얻었던 소소한 스트레스를 푸는 법은 알딸딸한 기운이 최고인가보다. 하루 종일 기울었던 마음을 술 한 잔 기울임으로 대신하여 다시 이어나가고자 하는 그들을 지나쳐 우리만의 공간으로 안내되었다. 커튼을 치니 정말 일본의 이자카야에 왔다는 기분이 만연해졌다.      



은은하게 우리를 비추는 조명을 배경으로 한 채, 본격적으로 서로의 하루에 대한 방백을 시작한다. 한잔 짠- 부딪히며, 오늘 서로가 만들었던 각자의 도쿄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삭바삭한 식감을 가진 야키도리를 한 입 쫄깃하게 베어 물고서, 이 녹는 맛에 대해 감상평을 늘어놓을 새도 없이 각자가 느낀 서로의 허전함에 대해 물고 늘어졌다. 녹녹한 분위기의 이자카야에서 술잔을 부딪치고 안주를 곁들이며, 우린 이번 여행에 있어 각자에게 서로의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약간은 오글거리면서도, 지금 이렇게 알싸하게 머금은 알코올 힘을 빌리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마음의 소리를 조금씩 들려주었다. 그렇게 우리가 도쿄에서 맞은 세 번째 밤은 포근하고 훈훈하게 우리를 품은 이자카야의 공기처럼 따뜻하고 강한 여운을 안겨주고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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