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동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YE Jun 07. 2019

01 :: 처음의 설렘(7)

TOKYO in 2015


TOKYO, 2015.11.07 

숙소 -> 요시노야에서 아침식사 -> 아사쿠사 -> 도쿄 스카이트리 -> 요코하마 -> 오모테산도 -> 숙소 주변 이자카야 -> 숙소


이 시대의 청춘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는 것”          


 런던에서 이어온 나와 하나의 이야기보따리를 풀 배경이 되어 준 곳은 ‘아사쿠사’였다.      



 아사쿠사 센소사는 아사쿠사 관음사라고도 불리는 사찰이다. 도쿄에 위치한 사찰 중 가장 오래된 사찰로, 에도시대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사찰이라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던 당일이 주말이었던 탓에 다른 때 보다 더 붐볐다. 마치 여의도 불꽃축제를 보고 사람들에게 떠밀려 내려가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많은 인파 탓에 나와 하나는 그동안 쌓여 있던 밀린 이야기를 소소하게 나눠 볼 겨를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 상황이, 그 풍경이 서운하기보다 그저 좋았다. 국가도, 문화도 다른 우리가, 런던 땅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던 우리가 하나의 근거지에서 다시 만나 런던에서 했던 것처럼 나들이를 함께 즐기는, 그런 꿈만 같은 재회였다.      

 


 아사쿠사를 가득 메우고 있던 인파를 뚫고 겨우 대로변으로 빠져 나왔다. 이제 조금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그제야 기모노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여성들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주말의 아사쿠사에서 우리는 기모노 입은 일본 여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단다. 신사에 기도를 올리러 방문한 여성들이라고.     

 기모노 입은 여성들 곁을 스쳐 지나, 하나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여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였다. 도쿄의 또 다른 타워, 스카이 트리가 우리의 다음 행선지다.      



아사쿠사에서 스카이트리까지 우리는 걸어가기로 한다. 날이 꽤 화창했던 것은 아니지만, 런던 거리 곳곳을 함께 뚜벅이로 다녔던 지난시간, 우리의 추억을 여기 도쿄에서 다시 일깨워 보고 싶었던 탓이다. 그리 짧지 않은 길을 함께 걸어가며 서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시간과 그 길을 밟아 나갔다.      

 

 하나는 관광 학을 전공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내에서 역시 관광 학은 사양길이라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채우던 고민의 덩어리들이 많았다. 전공을 살려 취직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분야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본인의 스펙을 어떻게 쌓아야 하는 것인지 등에 관한, 나와 같은 우리나라 청년들이 갖는 전형적인 고민을 그녀도 공유 하고 있었다. 비록 서로 몸담을 사회도, 문화도 다르지만 나에게도 역시 곧 닥칠 문제였기에 하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지난히도 안고 있던 차였으니까. 런던에서는 결코 우리의 관심사가 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도쿄의 길거리 위에서 나누고 있자니 그 사이 우리를 지나쳐 온 시간의 흐름이 이다지도 빨랐나 싶었다.   

   


 문득, 눈앞에 마주한 계절을 바라보니, 올 한해도 이제 겨우 하나의 계절만을 더 남겨 두고 있었다. 속절없이 앞만 바라보고 지나가는 시간을 그저 열없이 보내기만을 반복하는, 무기력한 여느 청년에 불과한 우리였다.      

 청춘이 빛나는 이유는 그 어느 때보다 예쁘고 가능성이 많다는 이유 때문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요즘의 청년들에게는 이 하나의 문장이 결코 큰 공감 력을 가지지 못하는 듯하다. 우리세대가 그 어느 나이 대보다 호재를 누리며 살아온 세대라 그 만큼 본 것도, 아는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많은 남다른 세대라 하더라도 우리는 세상의 그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못하고 있기에. 대체 무엇이, 어떤 연유가 우리를 이다지도 미적지근한 열병을 앓게 만든 것일까?      



청춘에 대한 괜한 의문을 품으며 인생을 논하다 보니, 어느덧 스카이트리에 당도했다. 아래서 고개를 들어 힘껏 올려다 본 스카이트리는 정말 높았다. 어쩌면 도쿄타워보다 더 높아보였다. 마치 우리가 넘어야 할 인생의 높다란 허들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01 :: 처음의 설렘(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