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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E Jun 07. 2019

01 :: 처음의 설렘(6)

TOKYO in 2015


TOKYO, 2015.11.07 

숙소 -> 요시노야에서 아침식사 -> 아사쿠사 -> 도쿄 스카이트리 -> 요코하마 -> 오모테산도 -> 숙소 주변 이자카야 -> 숙소           


오래간만입니다

“런던의 거리를 다시, 도쿄에서”          


 어느덧 여행의 셋째 날이 밝았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M과 함께 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각자의 볼일을 위해 이 날 만큼은 우리는 각자 도쿄에서의 시간을 따로 채워야 했던 것이다.      



 함께 나누는 아침 밥상을 물리고 우리는 각자 도쿄에서의 알찬하루를 응원해주며 오늘만큼은 서로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의 목적지는 정해져있었다. 나는 일본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오래간만에 반가운 얼굴을 마주 할 생각을 하니 약속 장소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설레면서 달떴다.        



 2014년,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홀로 타국 생활을 하던 시기는 여러모로 내게 참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한 없이 소심하고 용기 없던 본인에게 ‘도전정신’이라는 것을 키워주었고,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 없이 무언가를 해 나간다는 것이 어색했던 본인에게 ‘독립심’과 ‘자생력’을 심어주었다. 무엇보다 서로의 ‘다름’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했으며, 그 결과 소중한 인연을 맺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아직 작별이라는 것에 익숙지 못했던 20대 초반이었다. 그랬기에 런던에서 내 추억의 대부분을 함께 했던 이들과 헤어짐을 맞이했던 순간은 항상 힘들었다. 런던에서의 매일을 함께 하던 이들과 이별이라는 과정을 겪고 나면 한 없이 공허해졌고, 더 없이 외로워졌고, 지나가버린 그들의 모습이 곧 그리워졌다. 그리고 그 끝에는 늘, 왜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열과 성을 다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자리했다. 이런 나의 감정 노선에 가장 깊은 자리를 차지하던 친구 중 한 사람은 도쿄에서 온 ‘하나 사토’였다.      



 하나와 처음 만났던 것은 내가 이제 막 런던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을 즈음이었다. 그 무렵 나에게 런던에서 보내는 시간은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할 것 없는 따분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탓에 한국에 두고 온 것들이 점차 그리워졌고 런던의 하루하루가 지루해지고 있었다. 내가 그런 시기를 보내고 있던 때, 하나는 이제 막 도쿄에서 날아와 적응을 시작하던 런던 신내기 학생이었다. 내가 익숙해진 런던의 그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는 새로 웠고, 처음이었다.     


 런던의 모든 것이 처음이던 그녀에게 나는 묘한 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대부분의 반 친구들이 프랑스, 스위스, 콜롬비아, 스페인 출신의 아이들이었기에 아시아 계 친구에게 마음이 더 갔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게 하나와 나는 같은 반, 같은 문화권이라는 동지애로 급격하게 친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동갑이었다. 우리 관계는 친해지지 않을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인연이었던 것이다.      

 


 수업만 끝난다 하면 우리는 친구들과 함께 런던의 곳곳으로 돌아다녔다. 내게는 그저 동네 골목에 불과해 보이기 시작했던 런던의 모든 구석구석은 하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너무나 고맙게도 이런 그녀 덕에 런던생활에 지쳐가던 내 마음도 다시 조금씩 생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 공유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존재를 잊으면 런던이라는 모양새 자체를 만들 수 없을 정도로 런던을 추억함에 있어 서로의 지분이 차지하는 영역을 넓혀갔다. 런던의 분위기, 공간을 바라보던 그 시선으로 다가오는 풋풋하고도 선선한 감정을 그 시절, 우리는 그렇게 함께 녹여 내었다.   


 22살, 인생 가장 빛나는 시기의 아름다운 순간에 런던에서 함께 공유했던 우리의 시간들은 서로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평생의 프레임으로 각인되었다. 그 강력한 새김의 결과, 그녀와 나는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이보다 더 할 수 없을 정도의 눈물의 작별을 해야 했다. 다른 친구들을 보내야 했던 그 여느 때 처럼 우리에게 주어질 만남의 언젠가를 기약하며. 과연, 언젠가는 꼭 이루어지겠거니 하며 마음속으로 새기던 약속은 스스로가 야속할 정도로 금세 잊혀졌다. 한국의 내 익숙한 공간으로 돌아오니 런던에서의 인연들은 그저 한때 외로움을 채워준 고마운 사람들로만 내 마음속에 자리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도, 그들도 모두 현실의 공간으로 돌아가 현실의 인연들과 깊은 정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녀와 이별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이 시점에 그녀가 살고 있는 도쿄로 오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와 작별한지 1년보다 조금 더 넘은 시간에 우리는 그녀의 고국, 일본 도쿄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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