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동행

01 :: 처음의 설렘(6)

TOKYO in 2015

by JYE


TOKYO, 2015.11.07

숙소 -> 요시노야에서 아침식사 -> 아사쿠사 -> 도쿄 스카이트리 -> 요코하마 -> 오모테산도 -> 숙소 주변 이자카야 -> 숙소


오래간만입니다

“런던의 거리를 다시, 도쿄에서”


어느덧 여행의 셋째 날이 밝았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M과 함께 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각자의 볼일을 위해 이 날 만큼은 우리는 각자 도쿄에서의 시간을 따로 채워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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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는 아침 밥상을 물리고 우리는 각자 도쿄에서의 알찬하루를 응원해주며 오늘만큼은 서로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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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적지는 정해져있었다. 나는 일본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오래간만에 반가운 얼굴을 마주 할 생각을 하니 약속 장소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설레면서 달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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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홀로 타국 생활을 하던 시기는 여러모로 내게 참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한 없이 소심하고 용기 없던 본인에게 ‘도전정신’이라는 것을 키워주었고,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 없이 무언가를 해 나간다는 것이 어색했던 본인에게 ‘독립심’과 ‘자생력’을 심어주었다. 무엇보다 서로의 ‘다름’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했으며, 그 결과 소중한 인연을 맺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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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작별이라는 것에 익숙지 못했던 20대 초반이었다. 그랬기에 런던에서 내 추억의 대부분을 함께 했던 이들과 헤어짐을 맞이했던 순간은 항상 힘들었다. 런던에서의 매일을 함께 하던 이들과 이별이라는 과정을 겪고 나면 한 없이 공허해졌고, 더 없이 외로워졌고, 지나가버린 그들의 모습이 곧 그리워졌다. 그리고 그 끝에는 늘, 왜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열과 성을 다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자리했다. 이런 나의 감정 노선에 가장 깊은 자리를 차지하던 친구 중 한 사람은 도쿄에서 온 ‘하나 사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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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와 처음 만났던 것은 내가 이제 막 런던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을 즈음이었다. 그 무렵 나에게 런던에서 보내는 시간은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할 것 없는 따분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탓에 한국에 두고 온 것들이 점차 그리워졌고 런던의 하루하루가 지루해지고 있었다. 내가 그런 시기를 보내고 있던 때, 하나는 이제 막 도쿄에서 날아와 적응을 시작하던 런던 신내기 학생이었다. 내가 익숙해진 런던의 그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는 새로 웠고, 처음이었다.


런던의 모든 것이 처음이던 그녀에게 나는 묘한 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대부분의 반 친구들이 프랑스, 스위스, 콜롬비아, 스페인 출신의 아이들이었기에 아시아 계 친구에게 마음이 더 갔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게 하나와 나는 같은 반, 같은 문화권이라는 동지애로 급격하게 친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동갑이었다. 우리 관계는 친해지지 않을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인연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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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만 끝난다 하면 우리는 친구들과 함께 런던의 곳곳으로 돌아다녔다. 내게는 그저 동네 골목에 불과해 보이기 시작했던 런던의 모든 구석구석은 하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너무나 고맙게도 이런 그녀 덕에 런던생활에 지쳐가던 내 마음도 다시 조금씩 생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 공유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존재를 잊으면 런던이라는 모양새 자체를 만들 수 없을 정도로 런던을 추억함에 있어 서로의 지분이 차지하는 영역을 넓혀갔다. 런던의 분위기, 공간을 바라보던 그 시선으로 다가오는 풋풋하고도 선선한 감정을 그 시절, 우리는 그렇게 함께 녹여 내었다.


22살, 인생 가장 빛나는 시기의 아름다운 순간에 런던에서 함께 공유했던 우리의 시간들은 서로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평생의 프레임으로 각인되었다. 그 강력한 새김의 결과, 그녀와 나는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이보다 더 할 수 없을 정도의 눈물의 작별을 해야 했다. 다른 친구들을 보내야 했던 그 여느 때 처럼 우리에게 주어질 만남의 언젠가를 기약하며. 과연, 언젠가는 꼭 이루어지겠거니 하며 마음속으로 새기던 약속은 스스로가 야속할 정도로 금세 잊혀졌다. 한국의 내 익숙한 공간으로 돌아오니 런던에서의 인연들은 그저 한때 외로움을 채워준 고마운 사람들로만 내 마음속에 자리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도, 그들도 모두 현실의 공간으로 돌아가 현실의 인연들과 깊은 정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녀와 이별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이 시점에 그녀가 살고 있는 도쿄로 오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와 작별한지 1년보다 조금 더 넘은 시간에 우리는 그녀의 고국, 일본 도쿄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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