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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E Jun 09. 2019

01 :: 꾸고 바라면 된다

다시만난 그곳

여행, 준비


 친 자매처럼 싸웠던 선민이와 나의 관계다. 서로 다른 지역으로 대학교를 가서도 카톡으로 다투던 선민이와 나의 관계에 대해 그래도 자랑을 하자면, “함께”하는 것에 대한 낭만을 갖고 있는 사이좋은 친구라는 점이다. 우리는 둘이서 같이 무언가를 하거나 떠나는 것에 있어 꽤 큰 환상을 가져왔다. 



 13년이라는 기간 동안 우정을 나눈 우리지만, 선민이와 나는 둘이서 “함께” 뭔가를 한다는 것에 있어 서툴렀다. 나와 그녀가 고향 땅 진주를 벗어나 둘이서만 어딘가로 떠나는 것은 놀랍도록 미지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단 둘이서 어딘가로 떠난 적은 그 십 수 년의 기간 동안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물론 계획은 참 많이도 세웠었다. 함께 서울 가기, 함께 부산 가기, 함께 콘서트 가기 등등. 계획 중에는 실제 실천 할 수 있을 기회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 직전에 내가 무슨 일이 생기거나 선민이에게 급한 일이 생기거나 하여 어쩔 수 없이 ‘다음기회’로 미뤄야 했다. 이 탓에 자연히 우리는 우리 둘이서만 “함께” 한다는 것에 있어 그 궁금증이 갈수록 증폭되었고 언젠가는 꼭 있을 “함께”함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커져갔다. 



 그녀와 나의 단 둘만의 프로젝트와 동일한 감정 노선을 그리던 것이 바로 두고 온 저 서양 땅, 런던에 대한 나의 감정이었다. 그러던 와중, 2018년 초 선민이의 독일 어학연수 행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살다보면 참 힘들 때 그래도 살아 볼 용기나 희망 같은 게 주어지기 마련이다. 2018년, 이 삼박자가 그래도 우연히 잘 맞물려 나와 선민이는 드디어! 함께! 여행을! 그것도 유럽으로! 떠나게 되었다.



 떠나기 3개월 전, 비행기 표를 끊고 나니 이게 정말 꿈이 아닐까 싶었다. 떠나려면 아직 100일 가량 남은 기간이었고, 그 사이 나는 또 백수 생활의 무료함과 막막함에 시달릴 것이었으며 주위의 잘난 몇몇들의 콧대 사이에서 상처 생기지 않도록 피해 다니는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었으며, 잘 써지지도 않는 글을 붙들고 있느라 머리를 싸매며 두통에 시달려야 할 것이며, 앞으로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지? 하는 물음의 답을 만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일 일이 남아있었다. 



 그래도 일단, 지금 당장은 좋았다. 그래도 3개월 후면 나는 잠시 이곳을 떠난다는 희망이 남아있으니까. 잠시나마 이 엿 같은 일상에서 탈출 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니까. 그러면 조금이나마 숨 돌릴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니까. 그 무엇보다 내 소중한 친구 선민이와 드디어 “함께 여행”이라는 걸 해 볼 수 있을 거니까! 



역시, 꾸고 바라고 있다 보면 이루어지는 날이 오긴 하는 게 쓰디 쓴 인생 한 가운 데 던져진 나약한 인간에게 신이 주는 달콤한 선물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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