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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E Jun 17. 2019

02 :: 여행, 편한 메이트(4)

KYOTO & OSAKA in 2016

KYOTO&OSAKA, 2016.09.03 

김해공항 -> 간사이공항 -> 교토역 -> 숙소(하나호스텔) -> 교토타워 -> 산넨자카 -> 숙소     


산넨자카 

“고즈넉한 정취, 딱 교토”           


 해가 기우는 속도에 맞춰 선선함을 품은 교토의 저녁 바람이 일었다. 그 바람을 살갗 곳곳에 맞아보며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교토타워에도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벌써 우리 여행의 하루가 져버렸다니. 오늘 우리가 한 거라고는 이동한 것과 숙소 잠깐 들렀다 온 것 밖에 없는데. 너무 서운했고, 황당했고 아쉬웠다.      



붉게 타오르던 교토의 하늘을 뒤로하고 올랐던 버스에서 하차한 곳은 기온거리였다. 교토의 하늘에는 해 보다는 달의 영역이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아래 우리가 거닐던 길거리는 이미 어스름만이 남아 머물고 있었다. 



여남은 햇빛도 사라져 가는 이 거리에 옅게 새겨지던 나와 동생의 나란한 그림자. 고요함이 골목 곳고으로 스번지고 있던 기온의 거리. 이 공간에 나와 동생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들린다는 사실이 꽤나 감성적으로 다가왔다. 오늘 하루가 이렇게 빨리 가버렸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가득 품고 내 쉬었던 한숨은 이미 설렘의 숨결로 바뀌어 있었다. 머리칼을 간질이는 숨을 고르게 내어 쉬며 기온 거리의 어둠을 품고 동생 걸음과 내 걸음을 뒤섞어가며 산넨자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해거름 시간에 닿았던 곳이었기에 산넨자카 골목 곳곳에는 한 낮의 북적임과 달리 적막함이 더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내 귓전을 둥글게 선회하여 잔잔히 들려오던 것은 그저 나와 동생이 엇 박으로 만들어 가는 발자국 소리, 드문드문 보이는 기념품 상점들이 하루를 닫기 시작하는 소리, 저녁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새들의 날갯짓 소리만이 전부였다. 세 가지의 음색의 조화로운 어울림을 배경음악 삼아 들으며 사진 너머로만 봤던 일본 전통 가옥이 늘어선 거리를 거닐다 보니  산넨자카의 유명한 포토 존. 46개의 계단이 위치한 산넨자카 계단 거리에 닿게 되었다.     


 

산넨자카의 46계단에서 굽어보니 이 동네에 내려앉은 저녁의 깊이가 조금 더 중후하게 다가왔다. 고색창연한 느낌 그 자체라는 말이 참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고즈넉하면서 청초한 이슬을 머금은 듯한 분위기. 적절하게 마음에 평안을 주는 기운을 잔뜩 느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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