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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채권(9) 치머만 전보사건과 미국의 참전 1

3. 제1차 세계대전 - 당신의 애국심을 보여 주세요

by 한정엽

“귀국이 우리를 도와 미국을 공격하는데 협조를 해 준다면, 기꺼이 미국에게 뺏긴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 지역을 되찾아 돌려드리겠습니다 “


이 놀라운 내용은 실제로 독일이 멕시코 정부에게 발송된 전보의 내용으로, 일명 ‘치머만 전보(Zimmermann Telegram)’ 사건으로 불린다.


치머만 전보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이 한 통의 전보가 그렇게도 꿈쩍 않던 미국을 전쟁터로 끌어들이는데 일등 공신이 되었다. 과연 어떤 과정이 숨어 있었을까?


미국의 호황과 전쟁 불참 선언


유럽의 전쟁으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경제적 호황에도 미국은 전쟁 참여를 망설였다.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유럽 국가들의 목소리를 모른 체하고 있었고, 유럽의 전쟁에 미국 젊은이들이 피를 흘린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민주당의 윌슨 대통령은 고립주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미국의 참전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었다.



영국군 포대의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하지만 전쟁 당사자인 영국은 하루하루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전쟁 전에 미국으로부터 수입할 전쟁물자 예산을 5000만 달러로 책정했지만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약 30억 달러였는데 초기 계획 대비 60배 이상의 지출이 발생된 것이다.


이 금액은 1916년 당시 미국 연방정부의 세입 규모의 네 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영국의 어려움과 미국과의 갈등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난 전쟁 비용을 감당하기에 영국 내 자본만으로 한계가 뚜렷했고 미국으로부터 차관을 도입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영국에 차관을 제공하는 것에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국무장관인 월리엄 제닝스 브라이언(William Jennings Bryan)은 전쟁 당사자에게 절대 차관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월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강경한 주장 속에 국무장관이 로버트 랜싱(Robert Lansing)으로 교체되었고 랜싱은 앞의 상황과 정반대로 윌슨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유럽에 대한 차관 제공과 금융 자본의 움직임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확장을 위해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의 차관 제공이 필수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마침내 꿈쩍 않는 윌슨 대통령이 고집을 꺾고 승인을 했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서 실행하지 못했다.


전쟁에 참여한다는 명분을 주기 싫었던 것이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 자본들이 직접 움직였다. 1915년 J.P. 모건 은행은 영국 정부의 대표단과 계약을 맺었고 미국의 군수물품 위탁 구매를 책임지면서 약 5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제공했다.



영국 군수품 공장의 모습. 조지 5세 국왕이 방문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이후 규모가 점차 증가하여 전쟁이 끝날 무렵 제공된 총금액은 15억 달러였다.


이런 막대한 규모의 공급 계약은 J.P. 모건 등 은행 자본가들의 영향력을 더 키워주었다. 군수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해졌고 이들이 좌지우지하는 자금의 규모도 엄청나게 증가했던 것이다.


사실상 금융자본가들의 싸움이었다.



윌슨 대통령 모습. 결국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출처 : 위키피디아>


그래도 윌슨 대통령은 참전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미국 국민들까지 깜짝 놀랄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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