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정엽 Jul 06. 2021

기축통화① 영국의 패권과 기축통화 파운드

1. 브레턴우즈 체제의 시작

"패권국가(hegemon)란 자원과 자본에 대한 통제력, 시장과 고부가가치의 상품 생산에 관한 경쟁우위를 모두 갖춘 나라이다"라고 프린스턴 대학의 명예교수이자 《헤게모니 이후》(1984년)의 저자인 로버트 오언 코헤인(Robert Owen Keohane) 교수는 말했다.



로버트 오언 코헤인 교수  <출처 : 위키피디아>


패권국가의 진정한 의미


여기서 ‘패권’이란 단순히 경제력이 높다거나 군사력의 힘이 세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 정치, 경제 모든 분야를 이끌어가면서 상대 국가로부터 그 권위를 인정받아야만 유지될 수 있다.


다양하고 폭넓은 분야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적 패권이고 이는 그 나라에서 사용되는 화폐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다.



영국의 산업혁명 <출처 : 위키피디아>


일찍이 산업혁명을 통한 신기술로 수많은 식민지를 다스렸던 영국이 자국의 통화인 파운드를 기축통화로 만든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우월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군사력을 내세워 상대 국가에게 자유무역을 요구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사실 영국의 입장에서 상대 국가가 과거에 자유무역을 하든, 보호무역을 하든 상관이 없었다.


영국의 패권 쟁취와 기축통화 파운드


영국과 무역을 하지 않으면 경제력이 가장 높은 나라로 수출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었고 이는 상대 국가의 경제적 손실을 의미했다.


영국과의 교역을 버티는 국가들은 월등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가볍게 눈빛만 보내도 알아서 복종하는 시기였다.  사실상 영국의 독점 시대나 다름없었다.



트라팔카 전투에서의 영국 해군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자기만의 독자적인 교역을 진행하는 나라도 생겨났는데, 자국의 부족한 부분은 식민지를 정복하여 하나의 무역 권을 만들었다. 이를 ‘보호무역’이란 이름으로 운영해 나갔다.


영국은 이를 가만 놔두지 않았는데 군사력보다는 경제력으로 압박해 나갔다. 이른바 금본위제(gold standard system)라는 제도로 국제적 통화 질서를 새로 구축한 것이다.


금본위제의 시행


이는 국가가 보유한 금의 총량만큼 화폐로 만들어 유통시키는 구조였기에 오직 금과 교환이 가능한 지폐만이 지불수단으로 인정받았다.



1686년 영국의 금화 <출처 : 위키피디아>



기존에는 금으로만 화폐로 유통된 것이 아니었다. 은과 동도 주화로 만들어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영국이 앞장서서 금으로만 사용하자 상대 국가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최대 무역 국가인 영국과의 교역에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금본위제를 채택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말 그대로 글로벌 스탠더드였고 철저한 국제적 공조 하에 진행된 제도였다. 사실상 영국을 기준 삼아 하나의 세계로 묶어두는 역할을 하였다.


금본위제에서의 환율은 금과 연계된 고정환율이었다. 이는 무역과 투자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경제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


안정적인 금본위제의 확장


보유한 금 이상으로 지폐를 만들 수 없는 구조라 이론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힘들었다.


통화의 안정감이 정치적 안정이라는 주장이 각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먹혀들었고 혹시라도 국제 경제가 출렁이면 혼자가 아닌 여러 국가와 공동 대처가 가능한 장점도 보여 주었다.



영국 상선 '마다가스카르'호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이것은 영국이 주도한 국제 질서 안에 무역 상대국을 붙잡아 두는 역할을 수행했고 이를 통해 영국의 파운드가 자연스럽게 기축통화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구축한 이 질서가 단번에 무너지기 시작한 계기가 발생했는데 바로 ‘1차 세계대전’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과 미국의 부상


사라예보에서 울린 총소리는 영국의 운명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제국주의라는 이름하에 지구촌 곳곳을 식민지로 만들어 이들의 고혈을 쥐어짜며 운영하던 경제 구조가 뿌리 채 흔들렸다.


영국을 포함, 전쟁에 참여한 유럽 국가들은 어쩔 수 없이 막대한 전쟁 비용을 마련하고 무너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마구잡이로 지폐를 발행했다.


보유한 금 이상으로 화폐를 남발했고 이 말은 금본위제를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금 보유량과는 상관없이 엄청나게 발행된 지폐로 인해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이는 기축통화인 파운드의 신용을 하락시켰다.


신뢰를 잃어버린 통화는 경제적 패권을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초조한 영국 정부는 간신히 이를 붙들어 가면서 과거의 영광을 찾고자 한 걸음씩 발걸음을 조심스레 나아갔지만 강력한 경쟁자가 출현해 이 모든 과정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 국가는 바로 미국이었다.

이전 01화 기축통화 : 세계는 달러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