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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엽 Jul 14. 2021

기축통화⑤ 트레핀의 딜레마

2. 닉슨 쇼크와 변동환율제의 시작

경제학에 ‘트레핀의 딜레마(Triffin's Dilemma)’라는 용어가 있다.


트레핀의 딜레마란 무엇인가?


이것을 발표한 이는 로버트 트레핀(Robert, Baron Triffin)으로, 벨기에 출신 경제학자이자 예일대 교수였다.


1959년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했는데, 주제가 ‘기축통화인 달러가 가진 모순’에 대한 내용이었다.



로버트 트레핀 교수의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기축통화는 널리 퍼지고 사용되어야 무역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그렇기 위해서 공급되는 통화의 양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발행 양이 증가하게 되면 발행 국가(미국)는 무역 적자가 발생된다.


반대로 발행 양을 줄이게 되면 유동성(달러)의 부족으로 세계 무역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달러의 공급이 늘어나게 되면 세계 무역은 활발히 진행되지만 이를 위해 재화를 수입하는 미국은 무역적자가 지속되며 늘어난 달러의 양만큼 통화 가치 하락이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기축통화 달러가 가진 모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달러의 신뢰도가 하락하여 각 국가가 보유한 달러 자산은 자연스럽게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트레핀의 딜레마를 풍자한 그림 <출처 : 위키피디아>



결국 이런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현재 운영 중인 금본위 제도하의 고정환율 제도(달러와 각 국의 환율 연계 구조)는 조만간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연설을 토대로 브레턴우즈 체체가 가진 모순을 지적한 말이 ‘트레핀의 딜레마’라는 용어로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


2차 대전 후 유럽 국가들은 경제가 활발히 돌아가기 시작했고 미국과의 무역에서도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무역 규모가 커지면서 달러의 공급이 늘어났고 이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뜻했다.

 

막대한 달러 공급과 불안한 유럽 국가들


이후 각 나라의 정치인들은 발행된 달러의 양이 미국 정부가 기지고 있는 금보다 많아질 경우, 자국이 보유한 달러가 금으로 태환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전후 유럽에 막대한 달러 공급을 시작한 마샬 플랜의 로고  <출처 : 위키피디아>



이는 달러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1960년대 말부터 달러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외환보유고가 많은 나라일수록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는 현상이 생겨났다.


사실 미국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었다.


세계대전으로 황폐화된 유럽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달러를 찍어 공급을 해야 했고 이는 유럽 재건이라는 고귀한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의 구체화된 모습이 '마샬 플랜'이었다.


유럽 국가가 살아나기 위해서 달러를 계속 공급해야 했고, 이는 중단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



마샬 플랜의 주인공 조지 마샬 장군 <출처 : 위키피디아>



하지만 당시는 금과 연계된 화폐만이 신용을 가진 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늘어나는 달러의 금태환과 미국의 고민


지금이야 신용화폐 시대로 금과 연계되지 않은 게 당연하지만,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세대들은 금으로 태환 되지 않고 정부의 신용만을 의지한 종이 지폐는 믿기 힘든 존재였다.


더구나 금 1온스당 35 달러의 교환을 해준다는 약속을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상황이었다.


엄청나게 늘어난 달러로 인해 과연 ‘미국이 저 많은 달러를 금으로 바꿔줄까?’ 하는 경계심은 자연스레 생겨났다.


보관된 금보다 늘어난 달러는 필연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순리였다.


이는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환보유고도 자연스레 그 가치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 명백해진 사실로 인지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드골 <출처 : 위키피디아>



더 이상 미국의 정책을 방치할 수 없었다. 가뜩이나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던 유럽의 국가들이 달러를 금으로 태환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프랑스가 보유한 엄청난 양의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


특단의 조치를 생각하는 미국


만약 미국이 프랑스가 제시한 달러를 금으로 태환 해 주지 못하면, 이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사실상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미국이 어렵게 획득한 기축통화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였다.



닉슨 대통령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미국은 눈물을 머금고 금으로 교환해 주었다. 그러자 유럽의 각 나라들이 너도나도 금으로 태환 달라고 덤벼들었다.


금태환을 요구하는 국가가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줄어드는 미국의 금 보유량을 지켜보던 닉슨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


일명 '닉슨 쇼크'였다.


이 조치는 엄청난 반응을 가져왔고 새로운 달러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기폭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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